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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KIA 김호령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5.0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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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가 1군 선수라는게 실감이 안나요."
KIA 타이거즈 팬들은 올시즌 즐거울 듯 하다. 꼴찌 후보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상대적 전력도 분명 약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지휘 아래 강팀들과의 순위 경쟁에서 아직 크게 밀리지 않고 잘싸우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여러 선수들이 있는데, 최고의 히트 상품은 누가 뭐라 해도 중견수 김호령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에 뽑힌 선수다. KIA가 가진 마지막 선택권을 김호령에게 썼다. 다시 말해 하마터면 김호령은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할 뻔 했다. 물론,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명받아 입단하는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도 10라운드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구단도, 팬들도 상위 순번 지명 선수와 비교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1군에서 뛰어보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선수가 대부분. 그런데 김호령은 신인 첫 해 KIA의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이 신데렐라 스토리를 쓴 김호령과 야구 얘기를 나눠봤다.
김호령은 지난 4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첫 출전의 기회를 잡은 뒤 줄곧 1군에 머무르고 있다. 머무르는 수준이 아니라 KIA의 주전 중견수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김기태 감독의 한숨이 늘어날 무렵, 이름과 외모 모두 눈에 확 띄는 선수 1명이 나타나 팀 분위기를 바꿨다.
김호령은 "내가 1군 선수가 됐다는게 이제 조금 실감 나는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에 나서기 전 많이 떨린다. 수비는 조금 괜찮아졌는데 타석에서는 긴장된다"고 했다. 자만과 방심은 절대 금물. 김호령은 "프로 입단 때부터 1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조건 열심히 해 한 번이라도 1군 무대를 밟아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며 1군 무대에 처음 서는 날 매우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김호령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타난다. 김기태 감독은 "중견수 수비만 놓고 보면 1군 어느 팀 선배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칭찬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박해민(삼성) 김호령의 중견수 수비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 불가"라고 설명했다. 어깨가 좋고 발도 빠르다. 발군은 타구 판단 능력. 공이 상대타자 배트에 맞는 순간 끊는 스타트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통 이 부분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호령은 이에 대해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계속 중견수만 봐왔다. 그 경험도 중요하지만 항상 공부하고 있다. 타자별로 어떤 구종과 어떤 코스를 좋아하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포수가 앉은 위치와 구종 등을 보면 타구가 날아올 그림이 어느정도 그려진다. 집중해서 관찰하고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고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수비만큼은 자신있다"고 힘줘 말했다.
힘겹게 프로 선수가 된 사연도 들려줬다. 김호령은 경기도 안산에서 초-중학교를 나왔는데 고등학교는 군산상고를 졸업했다. 그는 "사실 부천고를 다녔는데, 3학년 때 선수 10명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했다"고 했다. 3학년 때 드래프트 참가를 했고, 군산상고가 봉황대기 준결승 경기를 치르는 날 드래프트가 열렸다. 하지만 끝내 프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타격이 문제였다. 타격이 돋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 정도 수비를 하는 선수들은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 프로팀들의 생각.
동국대 재학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호령은 "두 번째 드래프트 날을 생각하면 정말 악몽같다. 초조하게 드래프트를 지켜봤다. 그리고 9라운드까지 내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을 보고 포기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KIA에서 마지막 10번째에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겠다' 이런 생각조차 할 틈도 없었다. 그냥 뽑아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호령은 충분히 KIA에 보은하고 있다. 앞으로 더 크게 구단에 보답하려면 자신의 말대로 공격력을 보강해야 한다. 김호령은 "1군 첫 해라 그런지 타이밍 잡는게 힘들다. 변화구 대처도 잘 해야한다"고 말하며 "올시즌을 마치고 힘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싶다. 더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 중인 전준우(롯데)의 대를 이을 장타력을 갖춘 우타 중견수가 또 한 명 탄생할 조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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