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4번째 8실점 경기, 양현종 무엇이 문제였나

기사입력 2015-08-04 21:46


4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KIA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2사 2루서 넥센 윤석민에게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한 KIA 양현종이 아쉬워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04.

KBO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가 무너졌다. 1점대 진입을 노리던 평균자책점이 2점대 중반(2.49)으로 치솟을 만큼 난타를 당했다.

양현종(27·KIA)은 4일 목동 넥센전을 통해 올 시즌 22번째 등판을 했다.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넥센을 상대로도 2연승으로 흐름이 좋았다. 또 '화요일'경기에선 3연승 중이었다. 못 던질 확률보다 잘 던질 공산이 커 보이는 하루.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07년 1군에 데뷔한 뒤 4번째로 8실점 경기를 했다. 5이닝 동안 10피안타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했다. 앞서 그는 2010년 9월26일 대전 한화전(3⅔이닝), 2014년 8월 5일 잠실 두산전(4⅓이닝), 2014년 9월12일 대구 삼성전(1이닝)에서 8실점 했었다.

4개나 허용한 홈런이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넥센 타자들은 작심한 듯 직구만 노리고 나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민성은 1-0을 앞선 1회 2사 2루,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직구(142㎞)가 몸쪽 높은 곳으로 형성되자 지체없이 잡아 당겼다. 2회 박헌도가 초구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긴 공도 직구(142㎞)였다. 5회말 시즌 35호 홈런을 폭발한 박병호 역시 볼카운트 2B에서 낮은 직구(140㎞)를 퍼올렸다. 박병호에 앞서 손 맛을 본 유한준만이 체인지업을 잡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양현종이 기록한 삼진 장면에서도 넥센 타자들이 얼마나 직구만 고집하고 있는지 드러났다. 2회 시즌 7호 홈런을 때린 박헌도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했다. 떨어지는 공에 미동도 않다가 풀카운트가 되자 바깥쪽 변화구에 헛방망이질을 했다. 5회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도 바깥쪽 변화구에 3구 삼진 당했다. 슬라이더-슬라이더-슬라이더였다. 이처럼 경기 전 넥센은 전력분석을 통해 직구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들어왔다. 주자 유무에 상관없이 초구부터 휘두를 것을 코칭스태프가 주문했다.

그런데 사실 이는 양현종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 류현진(LA 다저스)이 던지는 것과 비슷한 위력을 보인다는 체인지업을 정타로 연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튀어나왔다. 2일 대전 한화전에서 계투로 출전하며 불펜 피칭을 대신했던 양현종의 직구가 평소 같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양현종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6㎞에 그쳤다. 다른 경기와 비교해 3~4㎞는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넥센 타자들이 홈런으로 연결한 스피드에서 알 수 있듯이 평균 140~142㎞에서 직구가 형성되며 장타 치는데 좋은 먹잇감이 됐다. 올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황재균(22개·롯데)은 "타자가 가장 치기 좋은 구종이 142~3㎞의 직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양현종의 공이 딱 그랬다.

커브를 던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양현종이 지난 6월4일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둔 잠실 두산전의 경기 내용을 보면 커브를 요긴하게 활용하며 타자의 눈을 현혹시켰다.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따금 씩 던져 타이밍을 뺏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시 양현종에게 안타 1개밖에 때리지 못한 두산 타자들은 "커브까지 이렇게 던지니 도저히 칠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 대비해야 할 공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이날 양현종은 커브를 딱 1개 던졌다. 1회 스나이더 타석 때 볼카운트 2B2S에서 던진 9번째 공이 커브였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아웃. 그러나 이후부터 커브는 자취를 감췄다. 직구를 잇따라 공략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목동=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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