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피칭의 미학 유희관, 6⅓이닝 1실점 호투

기사입력 2015-09-04 21:40


KIA와 두산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두산 유희관이 5회말 2사 KIA 김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미소를 짓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7

두산 민병헌은 4일 창원 NC전에 앞서 "(유)희관이 형은 정말 대단한 투수"라는 말을 했다. 경찰청 시절, 상무 소속이던 유희관과 여러 차례 맞붙어 봤다던 그는 "낮은 코스에 직구를 던지는 데다 힘을 빼고도 쓱 집어 넣는다. 보통 투수들은 세게 던진 뒤 살살 던지면 스트라이크를 잡기 힘들다고 하는데 (유)희관이 형은 다르다"고 했다.

민병헌의 말이 맞았다. 유희관의 완급 조절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4일 창원 마산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시즌 15번째 맞대결. 유희관이 6⅓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7승(4패)을 눈앞에 뒀다. 총 119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3개 였고, 몸쪽 직구와 더불어 싱킹 패스트볼, 커브를 자유자재로 던졌다. 2년 전 이재학과 신인왕 대결을 펼치다 아쉽게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한 그는 이재학(5⅓이닝 7피안타 2실점)과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1회부터 투구수를 조절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달 5일부터 2연전 체제가 시작된 이래 불펜진의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투구가 아닌, 일부러 7~80%의 힘으로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공이 느릴수록 곤란한 건 상대 타자다. 그는 5회까지 투구수가 92개로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NC 타선이 쩔쩔 맸다. 경기 전 "야구는 스피드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유희관이 보여주고 있다"던 김경문 NC 감독의 평가 그대로였다.

가장 큰 위기에서도 느린 변화구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2-0으로 앞선 4회말. 유희관은 김종호와 나성범에게 연거푸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최고의 외국인 타자 테임즈. 초구 커브를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떨어 뜨려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후속 타자는 이호준. 주자 2명이 더블 스틸에 성공해 1사 2,3루가 됐다. 여기서도 유희관은 이호준에게 바깥쪽 싱커를 낮게 던져 1루수 파울 플라이를 유도했다. 이호준은 그의 주무기에 대비하고 있는 듯 했지만 엉덩이가 빠진 채로 맞히기 바빴다.

유희관은 6번 이종욱마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6회 1사 3루에서도 나성범을 1루수 플라이, 테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호준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6회까지 115개의 공을 던진 그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종욱, 손시헌에게 연속 중전 안타를 맞고 지석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룸메이트 함덕주에게 바통을 넘겼다. 함덕주가 박민우에게 희생 플라이만 허용하며 1실점. 유희관의 자책점이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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