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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가 타격 훈련을 하며 김태형 두산 감독과 농담을 주고 받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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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도 곧 서른이네요."
88년 1월12일생. 우리 나이로 스물 아홉인 선수들과 동기. 두산 관계자는 올 시즌이 끝나고 9년 차 FA 자격을 얻는 김현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신고 선수로 들어와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하며 메이저리그 구단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팀 내에서는 중고참으로서 허경민, 박건우 등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내 야구 인생을 걸고 말할게. 이렇게 치는 게 맞는 거야." 김현수가 올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야간 자율 훈련 도중 박건우에게 한 말이다.
현재 김현수 위로는 야수 가운데 홍성흔, 장민석, 오재원, 김재호, 오재일 정도뿐이다. 안방마님 양의지와 우익수 민병헌은 동기다. 그런데 그는 틈틈이 배팅 훈련이 끝나고 공을 줍는다. 주전 외야수로 가장 먼저 타격 훈련을 하고 곧장 휴식 시간을 갖지만, 홈 경기에 앞서서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덕아웃에 앉아 훈련 종료만 끝나기만 기다린다. 한 번은 김현수에게 '이제는 공을 줍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 "후배들 보고 '빨리 줍자'는 의미예요. 귀찮아 하지 말고 '주우라'는 거죠. 안 해도 되긴 하지만, 제가 주우면 애들도 줍게 되잖아요."
올 시즌 김현수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118경기에 출전해 11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김태형 두산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에 앞장 서고 있다. 그는 신인 시절인 2008년의 13도루가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개수인만큼 평소 도루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나 수비를 압박하길 원했고, 틈만 나면 베이스를 훔치며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 아닌 자극을 주고 있다. 현재 두산 선수 중 도루 1위는 오재원(24개), 그 뒤가 바로 김현수와 정수빈으로 공동 2위다.
김현수는 다리를 들어 올리지 않는 타격폼으로 20홈런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23홈런, 2010년 24홈런에 이은 개인 통산 3번째 20홈런이다. 아울러 98타점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인 2009년의 104타점도 조만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줍고, 달리고, 때리는 이 남자의 매력. 신일중-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김태형 감독은 지난 4일 창원 NC전에 앞서 "미국 가지 말라고 할까? 맛있는 거 사줄 테니, 나와 계속 하자고 할까?"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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