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트러스트의 실패. 야구의 위상을 알려주다

기사입력 2015-11-05 11:40


결국 히어로즈의 새 네이밍 스폰서는 다시한번 넥센 타이어가 됐다.

히어로즈는 이번에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를 찾으며 홍역을 치렀다. 가장 유력한 네이밍 스폰서로 J트러스트가 거론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와의 협상을 이어가지 못했고, 지난 6년간 함께 했던 넥센 타이어와 다시 손을 잡게 됐다.


넥센 타이어가 내년시즌부터 3년간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가 됐다 . 2010년부터 9년간 넥센 히어로즈로 나서게 됐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일본계 제2금융권 회사가 프로야구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많은 야구팬들이 거부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J트러스트는 제2금융권 기업을 거느린 금융회사지만 일본계인데다 한국에 상륙할 때 대부업체로 나섰기에 여전히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인식이 많다. J트러스트 계열사의 대부 광고는 TV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프로배구엔 대부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제2금융권인 OK저축은행이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삼성화재를 꺾고 V리그 우승까지 했다. 프로야구 팬이 J트러스트의 네이밍스폰서에 대해 "어떻게 우리 아이가 대부업체를 응원해요"라며 반대했었는데 프로배구에선 실제로 팬들이 OK저축은행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프로배구는 되는데 야구는 왜 안되냐는 목소리를 내는 팬들이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의 위상과 당시 상황이 달랐다고 한다. 위기 상황이냐 아니냐에 따라 팬들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프로배구의 경우 OK저축은행의 전신인 러시앤캐시가 2012년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로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다. V리그 팀들이 하나같이 리그의 격을 떨어뜨린다며 반대했지만 당시 드림식스의 재정이 해체까지 고려할 정도였기 때문에 러시앤캐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히어로즈가 출범하면서 우리담배를 네이밍스폰서로 받아들인 것과 비슷하다. 당시 담배회사를 응원한다는 반대 여론이 컸지만 더이상 야구단을 꾸릴 수 없었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가 구단의 존립을 위해 우리담배와 계약을 했고, 더 좋은 스폰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앤캐시는 홍보효과가 크자 구단 인수까지 나섰는데 실패하자 아예 팀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새 구단을 만들어 들어오겠다고 하자 KOVO(한국배구연맹)도 막지 못했다. 2013-2014시즌에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로 시즌을 치렀고, 지난시즌엔 제2 금융권으로 도약하며 OK저축은행으로 팀 이름을 바꿔 우승까지 차지했다.

히어로즈는 당시 배구계의 상황과는 분명 다르다. 우리담배 때는 팀 사정이 힘들었던 터라 용인이 됐지만 이번엔 J트러스트 외에도 기존의 넥센 등 히어로즈에게 네이밍스폰서를 하겠다는 기업체가 더 있었기 때문이다. J트러스트가 더 좋은 조건을 내걸었기에 유력 협상자가 됐을 뿐이었다. 즉 J트러스트의 조건이 제일 좋았지만 J트러스트가 아니면 히어로즈가 존폐위기에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프로배구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이유가 됐다. 프로야구는 10개구단으로 치른 올해 736만명의 관중이 찾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팬들이 찾는 국내 프로 스포츠는 야구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높다. 팬들의 목소리에 따라 감독이 결정되기도 할 정도다. 이번에도 다른 프로구단이 반대하기 이전에 팬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결국 프로야구는 팬들이 찾아오는게 생존의 이유인데 히어로즈로선 스폰서 때문에 팬들을 등돌리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구단의 그룹 회장이 야구장을 찾는 것은 이젠 흔한 일이 됐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29.
프로야구는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삼성, LG, KIA,롯데, 두산, 한화, SK, kt등 한국에서 내로라는 재벌기업들이 운영을 하고 있다. 그만큼 큰 액수를 투자해야하는 프로구단이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재벌 총수를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야구팬의 눈높이 역시 그에 맞춰져있다.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 협상은 프로야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