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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메이저리그 포스팅 결과를 제일 먼저 받아본 KBO관계자도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손아섭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면 롯데 구단에 알려주고, 금액은 롯데가 향후 발표여부를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응찰구단 자체가 없었다. KBO는 내부 숙의끝에 포스팅 실패를 보도자료로 냈다.
가장 속상한 사람은 손아섭 본인일 것이다. 지난 23일 훈련소에 입소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손아섭의 심정을 알 길은 없다. 다만 실망, 당혹감, 그리고 생채기 난 자존심. 이런 감정들이 뒤섞여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또 뻔한 이야기 한다 할 지 모르지만 본질이 바뀐 것은 없다. 손아섭의 야구실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뛰고 있던 팀도 그대로다. 롯데팬들은 여느때나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손아섭의 안타와 홈런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지난 19일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일본대표팀에 9회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의 기쁨이 크면 클수록 일본의 실망도 커진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후 "고쿠보 일본 감독은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야구는 이렇다. 아마도 승승장구했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을 깨닫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이면 70이 되는 노지도자는 인생을 살면서 숱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44세 젊은 스타출신 상대 감독에게 보내는 말은 조롱하는 말이 결코 아니었다. 국적을 떠나 야구인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 배려, 격려가 뒤엉켜 있었다.
재일교포 야구인 장훈은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전설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화상으로 손을 다쳤다. 불편한 오른손을 장훈은 피나는 연습으로 극복했다. 장애가 없었다면 3000안타가 아니라 4000안타를 기록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부족함이 있었기에 이를 채우기 위해 몇배, 몇십배 더 노력했을 것이다. 콤플렉스도 마찬가지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면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다는 것은 여러 심리학적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전화위복은 마냥 기다리는 사람의 몫은 아니다. 전화위복을 믿고 자신을 단련시키는 사람에게 오는 축복이다. 손아섭은 지금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재차 달릴 준비를 하면 된다. 자신을 선택해주지 않은 메이저리그에 대해 섭섭해할 필요도 없다. 메이저리그 입장에선 덜 알려진 선수였을 뿐이다. 더 확실한 실력으로 자신을 알려나가면 된다. 시간은 많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도약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다. 손아섭에게 2015년 11월은 '최소한 후회는 남기지 않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