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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스프링 캠프가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났다. 현 시점에서 SK 선수단을 관통하고 있는 단어는 '미친 야구'다.
뭔가 어색하다. 그는 '야구계의 신사'로 통한다. 훤칠한 키에 넉넉한 미소, 그리고 사람좋은 얼굴의 영락없는 신사다.
지난 시즌 SK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강조한 야구는 '시스템 야구'였다.
매 시즌 '혹사 논란'이 나오는 한화 김성근 감독 뿐만 아니라, 타 팀 역시 부지불식 간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은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동안 방전된다. 결국 철저한 관리와 계산이 뒷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의 시스템 야구는 육성과 함께 실전에서 확고한 매뉴얼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실전은 만만치 않다. 기계적인 1승과 1패가 아니다. 흐름에 따라 연승이 될수도, 연패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주축 투수를 다소 무리하게 쓰면서도 흐름을 잡아가야 하는 지, 아끼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지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변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야구다. 당연히 실전에서 확고한 매뉴얼을 적용시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사용법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전과 비주전, 주축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심한 한국 야구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막판 극적으로 5위를 차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SK의 지난 시즌은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시즌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이번에 시스템 야구와 정 반대의 개념이 될 수 있는 '불광불급',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친 야구'를 강조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주축 선수의 이탈이 그 배경이다. FA 정우람(한화) 윤길현(롯데) 등 필승계투조 핵심이 이탈했다. 정상호(LG) 역시 전열에서 빠져나갔다. 즉, 그 어느 때보다 전력 공백이 있다.
열정이 가득한 무한 경쟁 체제가 되지 않으면, 이 공백을 메우기 힘들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시스템 야구의 핵심인 육성 차원에서도 배치되는 개념은 아니다.
또 하나, 시스템 야구의 오해 중 하나는 열정과 노력 등 의지의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는데 있다. 모든 스포츠는 인간이 한다. 때문에 과학적인 훈련방법, 그리고 운동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의지와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때문에 시스템 야구가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부분과 반대의 개념이 아님에도 선수단에 은연 중에 정신적 해이함이 파고들 여지를 만들어준다. 이런 분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결국, SK 스프링 캠프를 관통하는 '미친 야구'는 시스템 야구와 부딪치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2년 차를 맞은 시스템 야구를 좀 더 정교하게, 좀 더 효율적으로 가다듬기 위한 강조점이라 볼 수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