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심동섭 "마무리? 내게 잘 맞는 보직이다"

기사입력 2016-02-03 05:59


KIA 심동섭. 스포츠조선 DB

올해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보직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 시즌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 때까지 공식적으로 마무리가 비어있었다. 좌완 심동섭(25)이 마무리로 준비했는데도 그랬다.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던 김기태 감독은 끝까지 신중했다. 결국 3월 초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복귀한 윤석민(30)이 심동섭을 대신해 뒷문을 맡았다. 팀 상황을 감안해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심동섭이 코칭스태프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탓도 있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뒤늦게 마무리로 낙점을 받은 윤석민은 후배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오랫동안 A급 마무리가 없어 악전고투했던 KIA는 지난해 '마무리 윤석민' 효과를 확실히 누렸다. 51경기에 등판해 30세이브(2승6패)-평균자책점 2.96. 타이거즈 선수로는 지난 1998년 임창용 이후 무려 17년 만에 30세이브를 거뒀다.

'4년간 90억원에 계약한 특급투수를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쓰는 게 합리적인가'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주로 셋업맨으로 나선 심동섭은 69경기에 출전해 21홀드(3승1패1세이브)-평균자책점 5.02를 찍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윤석민의 선발 전환이 확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심동섭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사실 '후보'라고는 해도, 심동섭 외에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심동섭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대진 투수 코치는 여전히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적합한 선수가 없다면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KIA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찾은 박찬호가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심동섭은 "마무리 보직이 내게 맞는 것 같다"고 있다. 주로 긴박한 상황에서 나서게 되는 마무리는 '강심장'이어야 한다. 흔들림없는 집중력으로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

심동섭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위축되지 않는 성격이다. 2014년 후반기에 마무리로 몇경기를 뛰었다. 비록 팀 순위가 정해진 상황이라 긴장감이 덜한 경기였으나 마음이 편했다. 자신있다"고 했다. 2014년 심동섭은 1승5패9홀드4세이브-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9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했다.

심동섭에게 마무리란? 그는 "매년 마무리 때문에 우리 팀이 어려운데, 꼭 해보고 싶은 자리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다"고 했다. 마무리에 대한 열망이 엿보이는 말이다.

지난해 말 심동섭은 일본 오키나와로 날아가 25일을 머물었다. 선배 윤석민, 후배 윤창식(24)과 함께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나섰다. 이런 준비 덕분에 전지훈련 초 부터 불펜피칭을 빠짐없이 소화하면서 투구수를 늘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28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했다.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 이대진 투수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캇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에이스 양현종 임준혁에 윤석민과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 지프 스프루일이 가세한 선발진. KBO리그 최강 수준의 선발 조합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불펜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약해진 불펜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심동섭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전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올해도 더 나아질 것이다"고 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이 위력적인데, 제구력이 흔들려 고전할 때가 있었다. 심동섭은 "제구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일정한 투구폼을 갖기 위해 이대진 코치님과 상의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심동섭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올해 KIA의 목표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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