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삼성. BB아크 1호 성공 투수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6-02-16 12:28


삼성 라이온즈가 20일 오전 괌에 위치한 레오팔레스리조트에서 2016년 스프링캠프 훈련을 했다. 삼성 최충연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괌=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1.20.

최근 야구계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10개 팀 중 절반 정도가 육성 선수로 외국인을 영입할 수 있는 규정 신설에 동의하는 것.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체제로는 외국인 한 명에게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에만 몸값 20억원 이상의 선수가 2명이나 나왔다. 구단 발표액 기준으로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190만 달러)와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170만 달러)다. 일부 구단은 "FA는 물론 외국인 선수에게도 이렇게 많은 돈을 쓰다간 공멸한다. 일본처럼 외인을 키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매해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여기에 무작정 동조하는 팬들이 늘면서 구단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야구단 운영에 따른 기업 홍보 효과는 미미한 반면 지출만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한 요즘이다. 경제 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벌어지는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 과거 엄청난 자금력으로 무장한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점으로 볼 때, 조만간 큰 위기를 겪는 조만간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삼성 라이온즈를 예의주시하는 야구인이 많다. 구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할지가 관심이다. 핵심은 육성. 삼성은 제일기획 시대 이전부터 외부 FA들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 오직 재활과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일각에선 당장 큰 결과물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야구계 트렌드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류중일 감독이 몇 차례나 언급한 최충연, 이케빈, 장필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들이 올해 일을 낸다면 타구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은 아주 큰 위기다. 박석민(NC) 나바로(지바 롯데)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방출된 마무리 임창용의 대체자도 찾아야 한다. 정규시즌 6연패를 예상하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 원정 도박 스캔들에 휩싸인 윤성환과 안지만 거취에 이상이 생긴다면 마운드 구상이 완전히 어그러질 수 있다. 패기를 앞세운 새 얼굴들이 투수진에 힘을 불어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충연과 이케빈은 올해 신인이다. 최충연은 경복고 에이스 출신, 이케빈은 미국 라마포대를 중퇴했다. 1차 지명 최충연의 경우 두산 이영하(선린인터넷고)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고교 감독들이 1군에서 살아남을 유력한 후보로 입을 모으는 선수다. 1m89 큰 키에도 투구폼이 유연하고 140㎞ 후반대의 직구에다 슬라이더, 커브 구사 능력도 나쁘지 않다. 같은 오른손 이케빈은 최충연보다 직구가 빠르다. 그간 고양 원더스, 연천 미라클 등을 전전했지만 스피드에 매력을 느낀 삼성이 지난해 8월 신인 2차 지명에서 전체 11순위로 호명했다.

삼성은 이들과 계약한 뒤 곧장 BB아크에서 훈련 받도록 했다. BB아크는 삼성이 기존 3군 체제에 대한 반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만든 육성 시스템이다. 베이스볼 아카데미 개념으로 코치가 맨투맨 지도를 통해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성준 코치로부터 투구 밸런스, 하체 이용법, 볼 카운트 싸움 능력 등을 배운 2명의 신예들은 벌써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다. 당장 주축 멤버가 될 수는 없어도 1군 출전 기회를 줄 만한 기량과 자격은 갖췄다는 의미다.

여기에 장필준도 있다. 지난해 2차 지명에서 전체 9번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른손 투수다. 2013년 팔꿈치 수술을 받는 그는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에서 부상을 거의 다 극복했다. 이후에는 BB아크에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훈련을 받았다. 지난 시즌 막판 1군에 콜업돼 거둔 성적은 2경기에서 승패없이 15.75의 평균자책점.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만큼 올해 각오가 남다르다.

삼성은 지난해 구자욱이라는 걸출한 신인왕을 배출했다. 군제대 후 바로 1군에 뛰어 들어 놀라운 타격감을 뽐냈다. 그는 BB아크 시스템 안에서 기술, 체력적인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야수가 아닌 투수 쪽에서 BB아크 첫 번째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한다. 16일 주축 투수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며 어수선해진 삼성. 젊은 투수들 어깨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가 20일 오전 괌에 위치한 레오팔레스리조트에서 2016년 스프링캠프 훈련을 했다. 삼성 장필준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괌=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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