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대현, 140km 강속구 언터처블로 변신?

기사입력 2016-03-06 08:11



"140㎞가 찍히는 건 처음이네요. 저도 신기해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투수들의 구속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140㎞를 던져서는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올리기 힘든 시대다. 150㎞를 던지는 투수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140이라는 숫자가 꿈인 선수도 분명히 있다. 또, 140㎞를 던지지 못한다고 해서 야구를 못한다고 할 수 없다.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유희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kt 위즈 좌완 정대현도 140㎞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보통 직구 평균 구속이 130㎞ 중반대에 그쳤다. 사실 정대현 스타일상 직구 구속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정확한 제구와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상대타자들을 이겨내는 유형의 투수다. 그런 정대현이 강속구 투수(?)로 확 달라졌다는 소식이다. 무려 140㎞의 공을 던진다.

정대현은 kt의 미국 1, 2차 전지훈련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정대현은 이번 캠프 기간동안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조범현 감독을 기쁘게 했다. 일단, 구위 자체가 좋아졌고 훈련 태도도 성실했다. 평소, 장난기가 많고 약간은 덜렁대는 이미지의 정대현이었지만 야구할 때만큼은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달라진 게 구속. 정대현은 실전 경기에서 140㎞를 찍었다. 보통 투수들은 캠프에서의 구속과 비교하면 정규리그에 들어 구속이 더 늘 확률이 높다. 캠프에서는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 정대현은 "캠프에서부터 140㎞를 찍은 건 처음이다. 나도 깜짝 놀랐다"며 밝게 웃었다.

이정도 구속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35㎞를 던지던 투수의 구속이 5㎞ 증가하면 이 공을 보는 타자들의 체감 속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2~3㎞ 정도만 빨라져도 기존 정대현을 알고 있던 타자들에게는 생소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연습경기에서 정대현을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의 공에 애를 먹는 모습. 150㎞ 가까운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들의 공을 치던 선수들도 정대현의 완급 조절에 당하고 말았다. 직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의 변화구는 더욱 살 수 있다. 정대현은 "특별한 건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투구시 체중 이동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는 비결을 소개했다.

정대현이 선발로 한 자리를 잘 채워준다면 kt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3명에 정대현까지 4명의 선발진이 갖춰지고, 뒤에 엄상백과 정성곤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엄상백과 정성곤 모두 캠프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는데, 아직은 어려 100% 믿을만한 카드들이 아닌만큼 정대현이 토종 에이스로 후배 투수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정대현은 "지난해에는 군입대를 준비하다 kt로 이적하며 어수선했다. 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경험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캠프 기간동안 뚜렷한 목표를 갖고 운동에만 열중했다. 또, 지난해 많이 혼난 경험이 올해는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대현은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 5승11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하며 선발 수업을 마쳤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몸도-마음도 성숙해진 정대현이 올시즌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좋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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