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닌 kt 정성곤의 활약, 뭐가 달라졌나

기사입력 2016-03-17 15:34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로 등판한 kt 정성곤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12

"재밌는 친구가 있어."

kt 위즈가 1군 첫 시즌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2월. 일본 가고시마 캠프를 지휘하던 조범현 감독은 "잘 지켜보라. 재밌는 투수가 있다. 크게 성장할 여지가 있다"며 한 선수를 지목했다. 작고 마른 체구의 한 좌완 투수가, 불펜에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 투수는 고졸 신인 투수 정성곤이었다. 하지만 그의 프로 첫 시즌은 험난했다. 선발-중간에서 기회를 얻었는데 20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8.53을 기록했다. 제구 등은 신인 선수 치고 나쁘지 않았지만, 무딘 구위로 살벌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랬던 정성곤의 최근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진짜 재밌는 일이 됐다. 시범경기 2경기 연속 호투. 정성곤은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성곤의 안정적인 투구 속에 kt는 6대5 승리. 지난 12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4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3대1 승리를 이끈 바 있었다.

단순히 2경기 연속 잘 던져 띄워주자는 차원이 아니다. 성적이 안좋았어도 그의 달라진 점들을 체크할 필요는 있다.

뭐가 달라졌을까. 가장 먼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체형이다. 지난해 깡 마른 몸과 비교하면, 탄탄해진 몸매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허벅지가 매우 두꺼워졌다. 투수의 생명은 하체. 잘 먹고 운동을 많이해 진짜 프로 운동선수같은 몸을 만들고 이번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몸이 안정이 되니, 기술 습득은 더욱 쉬울 수밖에. 정명원 투수코치는 전지훈련지에서 정성곤에 대해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키킹 동작을 하고, 공을 던지기 까지 몸의 회전 과정이 좋아졌다는 뜻. 지난해에는 그냥 공을 채버리고 말았다면, 지금은 공을 뒤에서 앞에까지 쭉 끌고 나와 찍어 누르는 투구를 하는 것이다. 공에 힘이 실리는 투구 요령이다. 정성곤은 LG전 직구 최고구속이 144km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2~3km 정도 빨라졌을 뿐 아니라 공에 힘이 실렸기에 상대 타자들이 쉽게 때려낼 수 없었다.

또 하나 주목할 건 명품으로 변신 중인 그의 변화구 2종이다. 바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직구처럼 들어오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매우 훌륭한 로케이션을 자랑했다. LG 우타자들의 방망이가 맥없이 돌아가기 일쑤였다. 횡으로 휘는 각이 큰 슬라이더는 좌타자들에게 빛을 발했다. 몸쪽으로 들어오다 멀리 휘어져 나가니 방망이가 나가기 쉽지 않은데, 그 공이 홈플레이트 왼쪽 끝에 걸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변화구들이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오자 타자들이 더 헷갈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직 시범경기이고, 2경기 잘 던진 것이기 때문에 정성곤의 정규시즌 활약 여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정성곤이 정말 좋아졌다.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다. kt는 외국인 투수 3명이 버티고 있다. 정대현, 엄상백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성곤까지 가세한다면 kt 선발진의 위력은 한층 강해진다. 선발 자리 중 문제가 생기는 자리가 있으면 즉시 메울 수 있다. 또, 우투수 3명-좌투수 2명-사이드암 1명으로 구성도 알차진다. 마지막으로 긴 정규시즌 꼭 5선발 체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과 상대를 고려해가며 여유있는 선수 운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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