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kt, 오정복 쇼크 김사연이 날려주나

기사입력 2016-03-20 08:17


kt와 SK의 2016 KBO 리그 시범경기가 13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렸다. kt 김사연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13/

전화위복.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사자성어다. 현 시점, kt 위즈의 외야 경쟁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한숨으로 가득찼던 kt에 김사연이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김사연은 시범경기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순조롭운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NC 다이노스전에 1번타자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은 2할5푼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소화한 타석수가 많지 않기에 타율은 요동칠 수 있다. 대신 8개의 안타 중 3개가 홈런임을 주목해야 한다. 강한 펀치력을 확실히 과시하고 있다. 도루도 2개가 있다. 장타력과 기동력이 동반되는 선수가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된다.

kt에는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악재가 찾아왔었다. 외야수 오정복의 음주운전 적발. 구단이 10경기 출전 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고, 이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더 강한 15경기 징계를 줬다. 내려진 징계 때문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오정복이 시범경기에 뛴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개막 후 15경기를 치렀다 해도 곧바로 오정복이 등장할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전력 측면만 놓고 볼 때 kt에는 큰 아픔이었다. 오정복은 kt의 '3.5번 외야수'였다. 3.5가 애매한 표현일 수 있다. 일단 kt 외야진은 유한준이 붙박이다. 우익수도 베테랑 이진영이 있다. 여기에 이대형이 좌익수로 나선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오정복과 하준호의 주전 도약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오정복에 대해서는 "이대형이 좌투수를 상대로 많이 약하다. 좌완 선발이 나오면 오정복이 선발로 나가 톱타자를 맡아줘야 한다"고 했었다. 외야 한 자리가 비면, 가장 먼저 이름을 채울 선수가 오정복이었고 그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주전으로도 많은 경기를 소화할 선수가 오정복이었기에 '3.5번 외야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김사연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유한준, 이진영이 가세하며 외야진이 포화상태. 오정복과 하준호에 밀려 캠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사실, 김사연은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 막판 경기 종 손에 사구를 맞고 조기 귀국을 했다. 그런데 당시 부상이 크지 않았다. 선수단에 '긴장감 유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조범현 감독의 의도가 섞여있던 귀국 조치였다.

하지만 김사연은 낙심하지 않고 시즌 준비를 했다. 특히,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최근 경기에 쓰고 나오는 안경이다. 스포츠 선글라스에 도수가 있는 렌즈를 넣었다. 조 감독은 "공을 잘 못보는 것 같아 시력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눈이 많이 안좋았다. 시력 교정을 하고 나서 타격이 훨씬 나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사연은 "착해보이려고 쓴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과정이 어찌됐든, 김사연이 우여곡절 끝에 기회를 잡는 듯 하다. 홈런을 많이 쳐서가 아니라, 홈런의 질이 매우 좋다. 17일 LG 트윈스전에서 친 2호 홈런은 강한 손목의 힘으로 만들어낸 기술적인 홈런. 18일 LG전 역전 결승 스리런포는 상대 마무리 후보 임정우의 초구를 자신있게 잡아당겼 만들었다. 노림수가 확실히 통했다는 뜻이다. 힘이 워낙 좋기에 타이밍만 제대로 맞추면 계속해서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다.


김사연이 확실한 주전 외야수로 도약하려면 타격에 비해 부족한 수비 능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타석에서도 꾸준함을 보여야 한다. 홈런도 좋지만 컨택트 능력을 보여줘야 테이블세터로 기용될 수 있다. 일단 맞히면 장타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 장타를 치려 스윙을 크게 가져가다보면 이도, 저도 안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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