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꿈이 올봄엔 좌절되는 분위기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뒤 볼티모어의 주전으로 도약하는 것이었다. 2년간 총액 700만달러 계약을 했을 당시만해도 장밋빛이었다. 잇단 시범경기 부진은 김현수를 사지로 몰고 있다.
|
박병호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 계약단계부터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선수에게 훨씬 유리한 계약이고, 메이저리그에서 수년간 활약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 계약임엔 분명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윤석민처럼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낀 구단이 메이저리그 승격을 수차례 심사숙고하기도 했다. 윤석민은 이로 인해 오히려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박병호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내가 직접 부딪히며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김현수는 적응을 놓고 혹독한 시간들을 보냈다.
더 많은 기회를 달라고 외치는 것은 경쟁에 임하는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코칭스태프는 반대로 주어진 기회, 때로는 부족한 기회 내에서 가치를 보여주는 선수만 쓴다. 늘 이 기회의 양과 질을 바라보는 시각 차에서 불만이 나오곤 한다. 성공한 선수, 스타선수들은 제한된 기회를 붙잡은 이들이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잔류를 결정하든,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든 장단점은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에서 연습생에서 시작해 최고선수로 발돋움한 김현수다. 미국에서도 그 길을 똑같이 걸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