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 투수 3총사 3승 합작에 숨은 뒷이야기

기사입력 2016-04-06 08:59



kt 위즈 외국인 투수 3총사의 3승 합작. 여기에 숨은 뒷이야기가 있다. 이제 와서 돌이키면 추억일 수 있지만, 조범현 감독은 머리가 아팠다.

kt는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의 5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어 8대3으로 승리했다. 개막 후 4경기 3승을 거두며 당당히 단독 선두 자리에 올랐다. 아직 4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해 1군 무대에 처음 뛰어든 꼴찌팀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기분 좋은 숫자다.

외국인 선발들의 활약이 빛났다. 1일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슈가 레이 마리몬이 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이틀 후 요한 피노가 SK를 상대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선발 투수들이 버텨주자 kt 야구에 안정감이 생겼다.

사실, 조 감독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개막전 선발로 마리몬을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어느정도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 순위가 매겨져있었기 때문. 지난해 SK에서 뛰는 등 한국 야구 경험이 있고 구위, 제구에서 모두 안정적인 밴와트가 개막전 선발로 적격이었다. 또, 새롭게 등장했지만 피노는 조 감독이 캠프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선수다. 경기 운영과 제구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 반면, 마리몬은 공은 빨라도 안정감이 떨어졌다. 굳이 세 사람의 순서를 따지자면 1순위 밴와트-2순위 피노-3순위 마리몬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막전 선발은 3순위 투수였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조 감독도 개막전에 밴와트를 내세우고 싶었다. 이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밴와트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밴와트가 난색을 표했다. 상대가 SK였기 때문. 조 감독 입장에서는 밴와트가 지난해 SK에서 뛰어 타자들을 잘 알고 있으니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밴와트는 반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전 동료들이 자신을 잘 알고 있는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만약, 밴와트가 말도 안듣고 신중치 못한 성품의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매사 신중하고 성실한 밴와트가 정중히 다음 3연전 투구를 요청하니 조 감독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밴와트를 홈 개막전 선발로 돌리고, 남은 카드들로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SK 개막전은 2순위 피노가 나서야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의 승부수가 여기서 들어갔다. 조 감독은 지난해 초반 연패의 악몽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가운데, 피노를 개막전에 등판시켜 패한다면 2-3차전도 분위기가 다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3차전에 피노가 있다면, 1-2차전을 혹시 패하더라도 3차전에서 피노가 그 연패를 끊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마리몬-정대현-피노의 개막 3연전 로테이션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계산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3명 모두 승리 투수가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일은 없다. 밴와트의 정중한 항명(?)이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kt 전력에 대해 "외국인 투수 3명을 모두 잘 뽑은 것 같다"며 경계했다. 첫 단추를 잘 꿴 kt 외국인 투수 3총사가 돌풍의 중심에 계속 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