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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외국인 투수 3총사의 3승 합작. 여기에 숨은 뒷이야기가 있다. 이제 와서 돌이키면 추억일 수 있지만, 조범현 감독은 머리가 아팠다.
사실, 조 감독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개막전 선발로 마리몬을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어느정도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 순위가 매겨져있었기 때문. 지난해 SK에서 뛰는 등 한국 야구 경험이 있고 구위, 제구에서 모두 안정적인 밴와트가 개막전 선발로 적격이었다. 또, 새롭게 등장했지만 피노는 조 감독이 캠프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선수다. 경기 운영과 제구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 반면, 마리몬은 공은 빨라도 안정감이 떨어졌다. 굳이 세 사람의 순서를 따지자면 1순위 밴와트-2순위 피노-3순위 마리몬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막전 선발은 3순위 투수였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조 감독도 개막전에 밴와트를 내세우고 싶었다. 이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밴와트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밴와트가 난색을 표했다. 상대가 SK였기 때문. 조 감독 입장에서는 밴와트가 지난해 SK에서 뛰어 타자들을 잘 알고 있으니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밴와트는 반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전 동료들이 자신을 잘 알고 있는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만약, 밴와트가 말도 안듣고 신중치 못한 성품의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매사 신중하고 성실한 밴와트가 정중히 다음 3연전 투구를 요청하니 조 감독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밴와트를 홈 개막전 선발로 돌리고, 남은 카드들로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kt 전력에 대해 "외국인 투수 3명을 모두 잘 뽑은 것 같다"며 경계했다. 첫 단추를 잘 꿴 kt 외국인 투수 3총사가 돌풍의 중심에 계속 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