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의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그 날 그 자리에서, 송창식은 공허한 싸움을 했다. 공을 던져 타자를 이기고, 팀에 승리의 확률을 높인다는 식의 확고한 목표는 없었다. 이미 분위기가 확 넘어간 상황. 그나마 컨디션이라도 좋았다면 마음먹은 대로 신명나게 던지는 데에서라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도, 분위기도 아니었다. 이미 송창식은 전날 두산전에 나와 15개의 공을 던졌다. 그에 앞서 9일 창원 NC전 때는 선발로 나와 69개의 공을 던지기도 했다. 투구수의 단순 합산을 떠나 송창식은 쉴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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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한 건 이같은 투수 운용방법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시즌 김성근 감독의 투구 운용 원칙과도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김 감독은 지극히 수세적이고, 예비적인 관점에서 투수 운용을 한다. 올해 유별나게 퀵후크가 많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나오는 순간 일단 '교체'를 떠올린다. 그래야 실점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석에 나오는 타자와의 상대 전적 데이터가 불리하면 여지없이 바뀐다. 그게 이제껏 김 감독이 지닌 투수 교체의 대원칙이었다.
그러나 송창식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단순히 송창식 한 개인에 대한 훈계 또는 교육의 의미라고 볼 순 없다. 그래서 두 가지 상황에 대한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선수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실패할 경우 팀내 구성원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이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때문에 만에 하나 김 감독이 이런 의도로 송창식을 계속 던지게 했다면, 절대 다시 꺼내지 말아야 할 카드다.
다른 하나는 건강 이상에 따른 김 감독의 치명적 판단 미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 이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감기 몸살 증세에 시달렸다. 때문에 이날도 경기 후반 덕아웃을 비운 채 병원에서 응급 검진을 받았다. 프로 감독을 시작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이런 문제가 김 감독의 판단력을 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송창식을 투입한 이후 급격하게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자 냉철함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이전 원칙과는 다른 극단적인 방법으로 경기를 끌어갔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김 감독 본인 뿐만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14일 경기에 나왔던 송창식의 투구는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이다. 김 감독이 어떤 의도를 했든지간에 이 방법만큼은 절대 옳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