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정점, 홈런 평균 비거리 1위 박병호의 괴력

기사입력 2016-04-20 14:00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터지는 순간 야구장을 휩쓰는 흥분과 열광 그리고 한방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최고의 공격옵션. 이런 여러 이유로 홈런은 야구를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꽃이라 불린다. 그런데 이 '꽃'을 따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홈런은 기술과 파워가 다 갖춰진 타자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다. 기술과 힘 중에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홈런을 잘 치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시범경기가 6일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미네소타 박병호가 4회 두번째 타석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플로리다(포트마이어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06/
그런 맥락에서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는 기술과 파워를 최고의 수준으로 갖춰놓은 홈런 타자다. 이미 KBO리그를 완전 정복하면서 그 수준을 충분히 보여줬다. 4년 연속 홈런왕에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은 박병호가 아니었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이런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20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아폴리스주 미네소타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6번 1루수로 나와 8회에 큼직한 좌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전날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 이로써 박병호는 시즌 4개의 홈런을 치며 팀내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전체 11위(공동)이자 아메리칸리그 공동 7위에 해당한다.

이미 박병호는 4개의 홈런을 치는 과정에서 극도로 정제된 배팅 기술을 선보였다.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의 로케이션이나 구질에 맞춰 밀어치고 당겨치며 스프레이 히팅을 했다. 홈런 방향이 좌→중→우→좌로 형성된 게 증거. 게다가 직구를 노리고 스윙을 하다가 변화구에 맞춰 타이밍을 전환하는 기술이나 타구의 방향을 조정하고, 힘을 정확히 실어주기 위해 한손을 놓고 팔로 스윙을 하는 등의 모습도 나왔다. 한국에서 보여줬던 모든 기술이 조금 더 정교해진 듯 하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리며 팀내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박병호는 20일(한국시각) 미네소타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8회 네번째 타석에서 1점 홈런을 날렸다. 시즌 4호 홈런을 날린 박병호가 덕아웃에 돌아와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이런 기술 못지않게 박병호는 파워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 메이저리거들을 압도하는 모습까지 나온다. 이는 박병호의 홈런 타구 비거리에서 입증된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홈런트래커'는 지난 19일까지 메이저리그의 홈런 양상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박병호는 '거리' 부분에서는 2위다. 지난 17일 미네소타전에 친 466피트의 홈런이 2위에 올랐다. 1위는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가 지난 11일에 날린 471피트(약 144m)의 홈런이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놀랍게도 '평균 비거리'에서 1위다. 19일까지 홈런 3개 이상 친 타자를 기준으로 평균비거리를 계산한 결과 박병호가 430.7피트(약 131m)로 다른 메이저리거들을 압도했다. 2위는 애리조나의 간판 폴 골드슈미트(3홈런)로 426.7피트(약 130m)다. 라이언 브론(밀워키), 마크 트럼보(볼티모어)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범경기가 4일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미네소타 박병호가 2회말 1사 3루에서 1타점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플로리다(포트마이어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04/
이 기록에는 20일 밀워키전에 나온 비거리 415피트(약 126m)의 4호 홈런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포함해도 박병호는 부동의 1위다. 4호 홈런을 포함한 평균 비거리는 426.8피트인데 골드슈미트가 20일 홈런을 치지 못해 평균 비거리를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 3위 브론과 4위 트럼보도 마찬가지로 이날 홈런이 없다. 결국 박병호의 '평균 비거리' 1위 기록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기록이 입증하는 건 박병호가 이미 아시아인 수준을 벗어나 진정한 메이저리거로서의 파워와 기술을 갖췄다는 것이다. 박병호가 쉽게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힘과 다양한 타격기술이 결합돼 있다. 타고난 체격과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든 힘을 빠른 배트 스피드와 정확한 타이밍을 통해 타구에 온전히 전달했기 때문에 엄청난 비거리가 나온 것이다. 순식간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병호의 괴력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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