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깊고 탄탄한 나무는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버텨낸다. 나무의 뿌리, 야구에 적용하면 '기본기'다. 제대로 던지고, 받고, 치기위한 기초적이고도 핵심적인 기술들. 이건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몸에 새겨둬야 한다. 성장한 뒤에도 계속 반복 연습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기본기를 단단히 다져놓은 선수가 모인 팀이 결국 강팀이다.
|
올 시즌 팀 실책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일까지 한화는 총 19개(리그 9위)의 실책을 범했다. 1군 무대 2년차를 맞이한 kt 위즈(21개)보다 겨우 2개 적다. 리그 1위인 두산 베어스의 팀 실책수(9개)보다 무려 10개가 많다. 무엇보다 이런 실책들이 팀 패배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지난 1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개막전 4회말 2사 1, 3루때 나온 하주석의 송구 실책은 동점을 제공했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거의 매경기 실책이 쏟아진다.
최근까지도 그렇다.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때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1-3으로 뒤진 롯데의 8회말 공격때였다. 2사 2루에서 롯데 최준석이 친 평범한 땅볼을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다리 사이로 빠트렸다. 속칭 '알까기'를 한 것. 이로 인해 2루주자 아두치가 홈을 밟으며 롯데는 1점차로 따라붙었고, 결국 9회말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축에 속하는 최준석이 친 타구다. 전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완전히 자세를 낮춰 포구한 뒤, 와인드업을 해서 던져도 아웃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런데 이런 한화의 잦은 실책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기본기 훈련을 해 온 팀이다. 김성근 감독은 부임 첫 해인 지난해부터 선수들의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 훈련을 시켰다. 흔히 '지옥의 펑고'라고 불리는 수비 훈련은 한화 스프링캠프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주도한 김 감독은 "수비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강해질 수 있다. 계속 타구를 받다보면 자세가 잡히고, 그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진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직접 배트를 잡고 수 백개의 타구를 날렸다. 이렇게 타구를 날리기 위해 김 감독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쉴 새 없이 해왔다. 그 열정만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의 원칙은 맞다. 수비력은 끊임없는 반복 훈련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건 야구계 전반의 상식이다. 김 감독만의 고집이라고 할 순 없다.
유명한 사례도 있다. 레전드 유격수 박진만(현 SK 와이번스 코치)도 과거 현대 유니콘스 시절 김재박 감독의 주도아래 지독한 펑고 훈련을 한 적이 있다. 아예 포수 장비를 착용한 채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날아오는 강한 타구를 잡는 훈련을 했다. 2004년 3월28일 수원구장에서 SK와의 시범경기 후 벌어진 일. 김 감독이 직접 배트를 휘두르며 30여분간 강한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 당시 박진만은 프로 9년차 주전 유격수였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박진만은 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 훈련 뒤 공 하나하나에 대해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까지 했다. 사실 박진만은 신인 시절에는 이런 훈련을 늘 녹초가 될 때까지 반복해왔다. 이런 훈련이 박진만을 KBO리그 역대 최고 유격수로 성장시켰다. 한화 주전 2루수 정근우도 SK시절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이같은 훈련을 받으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훈련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박진만이나 정근우에게는 맞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선수의 특성과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칙을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변화도 필요하다. 세대가 바뀌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생각도 과거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왜 과거 선배들처럼 하지 않는가'라고 질책만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지난해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수비 훈련, 즉 '지옥의 펑고'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우선은 훈련법에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어쨌든 실책을 줄이지 못하면 올해 한화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