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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천신만고끝에 7연패를 끊어냈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을 뿐 가시밭길이 걷힌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매경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1승도 쉽게 챙기지 못할 판이다. 붕괴된 선발시스템을 하루아침에 정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에스밀 로저스가 대체용병으로 한국땅을 밟자 마자 완투승을 거뒀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렀다"며 반색했다. 매경기 퀵후크와 잦은 불펜 교체가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됐지만 선발투수의 퀄리티 스타트를 마다할 사령탑은 없다. 선발을 믿을 수 없으니 교체하는 것과 믿지 않으니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지만 잘던지는 투수를 억지로 끌어내릴 감독은 없다.
한화 선발로테이션에서 로저스가 사라지고 안영명과 이태양도 부상으로 없다. 뒤늦게 급히 영입한 마에스트리는 반신반의다. 송은범은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패만 안았다. 개막을 앞두고 오른손 검지 물집으로 뒤늦게 팀에 합류한 심수창이 그나마 한차례 호투했다. 심수창은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까지는 노히트 행진이었다. 결국 이날마저 한화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다. 올시즌 한화의 팀퀄리티 스타트는 1개에 불과하다. SK가 무려 10차례를 기록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선발이 무너지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21일 경기가 그랬다. 7연패는 끊어냈지만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짰다. 선발 김민우는 마운드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5타자를 만나 4개의 안타와 볼넷을 연속으로 내줬다. 1회부터 송창식이 마운드에 올라가 불을 껐다. 송창식 3이닝, 이후 박정진 1이닝, 윤규진 2이닝, 권혁 1⅓이닝, 정우람이 1⅔이닝을 나눠 던졌다. 한화가 가진 마운드 무기를 모두 소진했다.
연장을 치르지도 않았지만 경기는 4시간28분이나 이어졌다. 11시 가까이 돼서야 경기를 마쳤다. 한화 선수들은 두산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부선에 몸을 맡겼다. 당장 22일 두산전에는 송창식, 윤규진은 쓰기 힘들다. 권혁과 정우람도 체력부담을 가지고 불펜대기를 할수밖에 없다. 이들이 22일 경기에도 나선다면 23일 경기는 거의 뛸 수 없다. 불펜야구는 한계가 있다. 페넌트레이스 몇 경기라면 몰라도 144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선 체력이 하느님이다. 예전에도 초반 부진하다 반전을 이룬 팀들이 간혹 있었다. 공통점은 선발이 제몫을 해주면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한화의 현 선발진 '마에스트리 송은범 심수창'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상당히 부족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