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 한화, 선수들이라도 뭉쳐야 한다

기사입력 2016-04-26 09:13


'뭉치'라는 단어.

지난해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모자챙 안쪽에 하나같이 적혀있던 단어다. 구단과 그룹 이미지 광고의 소재가 되기도 한 이 단어. 원래는 외야수 정현석의 별명이었다. 한화 선수들이 이 문구를 모자에 써 넣기 시작한 건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당시 주장 김태균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위암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정현석이 그라운드에 다시 건강하게 돌아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당시 한화 선수들은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정현석의 별명을 모자에 적어넣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선수들은 위암 수술 후 재활 중인 팀 동료 정현석의 무사 복귀를 기원하며 모자에 정현석의 별명인 '뭉치'를 적어넣었다. 선수단을 하나로 이어준 단어였다. 지금 최악의 위기에 빠진 한화에 필요한 건 선수단의 단결과 응집력이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 모자에 '뭉치'를 적어넣은 김태균.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료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정현석은 결국 시즌 중 그라운드에 돌아왔고, 43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에 1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한화 선수단과 정현석이 함께 만든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지금 한화 이글스에 필요한 건 이런 단단한 일체감이다. 상명하달식의 강제적 단결이 아닌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만들어내는 힘이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시즌 초반 한화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나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성적 부진이다. 현재 한화는 19경기를 치러 3승16패로 압도적인 최하위다. 모든 성적 지표에서 희망의 요소를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 문제'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첫 번째 문제, 즉 팀의 성적 부진을 불러일으킨 근본적 문제로 평가되기도 한다. 부임 2년차를 맞은 김 감독이 지나치게 자기 스타일만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팀이 건강한 경쟁력을 오히려 잃어버리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변화하겠다"고 했지만, 수 십년간 고수해 온 스타일이 하루 아침에 바뀔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지금 당장 뭔가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겨우 19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에 '포기'를 들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게 선수단의 자발적인 단합에 의한 팀워크다. 한화 선수들 대부분은 베테랑이다.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어봤고, 그걸 극복해내왔다. 자체적으로도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작년에 등장한 '뭉치' 단어도 그런 자발적인 단합의 부산물이었다. 건강한 팀워크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한화 선수단은 머리를 짧게 깎았다. 사실 머리 길이와 야구 실력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를 잘라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구태의연한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뭔가 변해보고 싶었던 선수단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달라지고 싶었을 것이다. 더 잘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표현 방식 자체는 낡았지만, 한화 선수단의 자발적 변화 의지는 인정할 만 하다.


선수단 내부적으로 이러한 단결의 모습은 꼭 필요하다. 오히려 더 뭉쳐야 한다. 선장이 흔들린다고 선원들마저 동요하면 안된다. 선원들끼리라도 뭉쳐야 항해를 지속할 여지라도 생긴다. 지난해 모자에 써 넣었던 '뭉치'라는 단어는 오히려 지금 선수단에 더욱 절실해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