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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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화 이글스에 필요한 건 이런 단단한 일체감이다. 상명하달식의 강제적 단결이 아닌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만들어내는 힘이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시즌 초반 한화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나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성적 부진이다. 현재 한화는 19경기를 치러 3승16패로 압도적인 최하위다. 모든 성적 지표에서 희망의 요소를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금 당장 뭔가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겨우 19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에 '포기'를 들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게 선수단의 자발적인 단합에 의한 팀워크다. 한화 선수들 대부분은 베테랑이다.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어봤고, 그걸 극복해내왔다. 자체적으로도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작년에 등장한 '뭉치' 단어도 그런 자발적인 단합의 부산물이었다. 건강한 팀워크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한화 선수단은 머리를 짧게 깎았다. 사실 머리 길이와 야구 실력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를 잘라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구태의연한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뭔가 변해보고 싶었던 선수단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달라지고 싶었을 것이다. 더 잘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표현 방식 자체는 낡았지만, 한화 선수단의 자발적 변화 의지는 인정할 만 하다.
선수단 내부적으로 이러한 단결의 모습은 꼭 필요하다. 오히려 더 뭉쳐야 한다. 선장이 흔들린다고 선원들마저 동요하면 안된다. 선원들끼리라도 뭉쳐야 항해를 지속할 여지라도 생긴다. 지난해 모자에 써 넣었던 '뭉치'라는 단어는 오히려 지금 선수단에 더욱 절실해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