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2군행에 담긴 김태형 감독의 속뜻

기사입력 2016-04-26 20:34


"계속 경기에 나갈 의미가 없다."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를 이끄는 김태형 감독은 굳이 분류하자면 '카리스마형 리더'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선수단을 통솔한다. 지난해 부임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인도한 배경이다. 그런 김 감독의 신념이 올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에게 향했다. 김 감독은 에반스를 2군으로 보내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두산 에반스가 삼진 아웃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05.
에반스는 두산이 올해 팀의 4번 타자 역할을 맡기려고 총액 55만달러에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7리, 10홈런, 53타점을 올렸고, 지난해 트리플A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클러치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에반스는 시즌 초반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개막 후 18경기에 나왔지만, 타율이 1할6푼4리 밖에 안된다. 홈런도 딱 1개 치면서 겨우 5타점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클러치 능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에반스를 지난 25일자로 2군에 보냈다. 두 가지 의도가 담긴 2군행이다. 하나는 2군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것. 아무래도 숨가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1군 경기보다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고성 메시지의 전달이다. 에반스의 분발과 집중력을 이끌어내려는 게 목적이다.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6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 앞서 두산 김태형 감독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6.
김태형 감독은 26일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에반스의 2군행에 관해 "지금 계속해서 경기에 나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 이어 김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감을 찾길 바란다. 일단 장원준 타격코치가 동행해 이틀 정도 함께 있을 예정이다. 이후 2군 코칭스태프와 함께 지내면서 잘 변화해 다시 1군에 올라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에반스가 변화의 징조를 보이느냐가 1군 재등록의 관건이라는 뜻. 2군에서 연습이나 퓨처스리그 경기를 통해 입증해야 할 듯 하다. 지금 당장 에반스가 없어도 두산은 공격력에 큰 공백이 없다. 오재일이 4할8푼9리에 3홈런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4번타자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 지금으로서는 에반스의 자리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자기 힘으로 따내야 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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