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헥터, 구단 외인사상 첫 무4사구 완봉승. 한화 제압

기사입력 2016-05-14 20:05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가 한국무대에서 첫 완봉승을 따냈다. 4사구는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고, 안타만 5개 내주며 한화 이글스 타자들을 꽁꽁 얼려버렸다.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헥터와 kt 정대현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헥터.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09
헥터는 1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9회까지 112개의 공을 던져 5안타 6삼진 무4사구를 기록해 팀의 8대0 완승을 이끌어냈다. 이는 헥터의 한국무대 첫 완봉승이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세 번째로 나온 완봉승이다. 역대 통산으로 따지면 124번째 완봉승이기도 하다. 특히 무4사구 완봉승은 롯데 레일리에 이어 시즌 2호째다. 게다가 헥터의 무4사구 완봉승은 역대 타이거즈(해태 시절 포함)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호 기록이기도 했다.

주말 휴일을 맞이해 이날 챔피언스 필드에는 모처럼 만원 관중이 몰렸다. 올시즌 두 번째 관중 매진이었다. 헥터는 만원 관중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덕분인지 한층 더 빼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최고 150㎞까지 나온 직구(65개)를 기본으로 체인지업(133~139㎞, 21개)과 슬라이더(137~141㎞, 17개) 커브(121~125㎞, 9개)를 섞어던지며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선보였다. 적절한 구속 변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했다. 헥터는 "예전에 비해 구속이 덜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느냐보다 먼저 2S를 잡고 이후 효과적인 피칭으로 아웃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생각으로 투구 패턴을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헥터의 전략 변화는 결과적으로 매우 효율적이었다. 힘을 앞세워 삼진을 잡기보다 범타를 유도하는 게 체력 소모와 함께 투구수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헥터는 이날 5회에만 1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이닝에서는 모두 15개 미만의 공만 던졌다.

1회 2사후 로사리오와 김태균에게 연속 중전안타를 맞은 게 위기였다. 하지만 2루에 있던 로사리오가 3루에서 오버런하다가 태그아웃되면서 헥터를 도와줬다. 2, 3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마친 헥터는 4회 1사 후 유격수 실책으로 로사리오를 출루시켰다. 하지만 김태균에게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해 간단히 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1사 후 송광민에게 2루수 쪽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양성우와 조인성을 유격수 직선타와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런 식으로 별다른 위기없이 9회까지 끝냈다. 8회에 양성우에게 중전안타로 유일하게 선두타자 진루를 허용했으나 차일목을 다시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해 불을 껐다.

헥터의 호투에 힘입은 KIA타선은 1회말 서동욱의 적시타로 1점을 뽑은 뒤 3회에도 김주찬의 적시타가 나와 2-0을 만들었다. 그러다 5회에 백용환의 3점홈런 등으로 5점을 몰아올려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6회에는 나지완이 내야 땅볼로 3루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이날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투수 무4사구 완봉승의 주인공이 된 헥터는 "지금까지 내 야구 인생에서 완봉을 몇번 했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오늘은 매우 좋은 투구였다.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잘 들어가 완벽한 경기를 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무4사구 경기를 한 비결에 대해서는 익살스러운 코멘트를 했다. 헥터는 "이대진 투수코치와 볼넷 1개당 2만원씩 벌금을 내기로 약속했었다. 그래서 그 벌금을 안내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농담이 섞였지만, 본질은 강한 집중력과 코치의 도움 덕분이라는 뜻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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