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호포, 본인도 팬도 마음의 짐 덜었다

기사입력 2016-05-18 23:40


18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한화 이글스 경기 1회말 1사 1,2루에서 삼성 이승엽이 스리런 홈런을 쳐 홈을 밟은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게임에서 1회 큼지막한 3점홈런을 터뜨렸다. 몸쪽 낮은 직구를 툭 걷어올렸는데 우측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타구는 자신이 지난해 달성한 통산 400홈런을 기념해 만든 '400존' 바로 우측에 떨어졌다. 올시즌 4호 홈런이다. 지난달 29일 한화전에서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린 지 19일만에 나온 홈런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복잡한 마음고생이 얼굴에 드리웠던 이승엽이었다. 시범경기, 시즌초반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올시즌 대비를 철저하게 했던 이승엽이다. 올해, 그리고 내년이면 그라운드를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릴때마다 황금보다 귀중한 '지금'의 소중함을 잊지 못한다.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볼 때마다 좋다. 이승엽은 "이 좋은 홈구장을 2년밖에 못 뛴다"며 웃는다.

늘 그랬듯이 연습에 열을 올려도 세월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있고, 매번 잘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올봄 이승엽은 본인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올해 이승엽은 삼성타선의 중심이 아니다. 리그 톱클래스 타자는 더더욱 아니다.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 0.292, 4홈런 23타점을 기록중이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삼성타선의 쌍두마차는 최형우와 구자욱이다. 최형우는 타율 0.345에 10홈런 42타점을 기록중이다. 구자욱은 0.356에 3홈런 24타점, 안타는 52개로 최다안타 4위, 도루도 7개나 된다. 최형우의 득점권 타율은 0.404로 전체 9위, 구자욱의 득점권 타율은 0.366으로 전체 15위, 이승엽은 0.288로 전체 38위다. 최형우와 구자욱이 뛰어나다면, 이승엽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는 무조건 4번으로 못박는다. 자주 타구를 담장밖으로 보낼 수 있는 타자다. 구자욱을 두고 삼성관계자들은 "향후 10년간 라이온즈 타선을 이끌 재목"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신인왕때보다 올해는 더 잘한다. 이승엽은? 홈런 타점 등 각종 통산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레전드 중 레전드지만 지금은 때때로 아쉬움을 남기는 삼성의 5번 타자다. 이승엽 타순에서 맥이 끊어질 때도 있고, 힘없이 돌아서는 전설을 보며 삼성팬들은 아쉬움이 더 크다. 그 누구도 '감히' 야유를 보내는 이가 없지만 본인의 안타까운 마음이 잠잠해질 리 없다.

지난 22간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며 팀을 생각하고, 동료들과 함께 뛰고, 팬들앞에 반듯하게 살아온 이승엽이다. 하지만 야구만은 만족을 모르고 달려왔다. 이승엽은 최근 "방망이가 너무 안돌아간다. 연습을 더 해야겠다"며 속상해했다. 중위권에 처져 있는 팀사정도 알고 있고, 박석민과 나바로의 공백도 적잖은 부담이다.

이날 홈런은 최근 답답했던 타격리듬을 시원스럽게 뚫어주는 한방이었다. 홈런은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과 히팅포인트, 스윗스팟에 맞았을때만 나온다. 감을 찾는데 홈런만한 것도 없다.

이날 3점홈런 한방으로 삼성팬들은 기분좋은 승리예감을 1회부터 누릴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이 이승엽이어서 기쁨은 두배, 세배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18일 1회 3점홈런 후 이승엽이 선행주자 구자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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