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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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수창의 영입에 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심수창이 한화 투수진에 드문 '포크볼'에 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김 감독은 "심수창에게는 우리 투수들에게는 없는 떨어지는 변화구(포크볼)가 있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면서 "의외로 스카우트들과 코치들에게서도 좋은 평가가 나왔다. 몇 가지만 가다듬는다면 좋은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이런 김 감독의 기대는 무너졌다. 심수창은 극도로 부진했다. 그는 5월 셋째 주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총 10경기(선발 5회)에 나와 3패만을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8.14에 달했다. 팬들의 비난도 쏟아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러한 반전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뤄진 건 아니다. 분명한 계기가 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겪은 시련에서 이제 겨우 벗어난 결과다. 사실 심수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강한 각오를 다지며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1월 고치 스프링캠프 때 한화 투수진 중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았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월에 오키나와로 캠프지를 이동하면서 악재가 생겼다. 악성 인플루엔자(독감)에 덜컥 걸리며 페이스가 무너졌다. 하필이면 심수창이 가장 심하게 앓았다. 김민우와 김용주 등 다른 투수들은 1주일 내외에서 회복됐지만, 심수창은 무려 3주에 가깝게 독감에 시달렸다. 그 과정에서 공들여 쌓은 체력과 근력, 밸런스가 전부 무너졌다. 심수창은 "변명같지만, 그때 아프면서 체중이 6㎏이나 빠졌다. 애써 노력해 만들어온 게 전부 사라지면서 다시 처음부터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심수창은 3월부터 다시 몸을 만든 셈이다. 시즌 초반 등판 때의 유약했던 모습은 이런 이유로 발생했다. 그걸 극복하는 데 2개월이 더 걸렸다. 심수창은 "이제 공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진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