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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마무리가 조금 불안하다. 세이브는 올리고 있지만, 경기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이현승(33)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핵심은 여전히 블론 세이브가 0이라는 사실. 또 위기를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는 계속됐다. 베이스가 깨끗해진 상황에서도 9번 김태군을 몸에 맞는 공으로, 1번 이종욱은 볼넷, 2번 박민우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순식간에 2사 만루. NC 프랜차이스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3번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묘한 긴장감이 마산 구장에 감돌았다. 천만다행으로 결과는 삼진. 4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로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현승은 9회 다시 한 번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1사 후 이호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타석에는 나성범만큼 까다로운 박석민. 이번에도 결과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137㎞)을 떨어뜨려 유격수 방면 병살타였다.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이현승으 승리가 확정되자 긴 숨을 내쉬었다. 28개의 공을 던지면서 유니폼은 젖을 만큼 젖은 상태였다.
평소 양의지는 "나이 먹으니 힘들죠?" 같은 농담으로 클로저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럴 때마다 이현승은 "야, 올라오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18.44m를 거리에 두고, 손가락으로, 눈빛으로 사인만 주고 받았다. 두산 벤치에서도 한 번 올라가라는 신호를 양의지에게 보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강인권 두산 배터리 코치는 "자칫 투수의 집중력이 떨어질까봐"라고 이유를 밝혔다. 강 코치는 "사실 구위가 썩 좋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마운드에 방문하면 오히려 투수의 리듬이 끊길 수 있었다"며 "우리 팀 마무리이지 않나. 본인이 충분히 해결할 것으로 믿고 맡겨뒀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혹시 어깨가 식을까"라고 농담을 툭 던졌다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투수 아닌가. (이)현승이가 홈런을 맞았지만 끝까지 믿었다"고 했다.
포수 양의지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솔직히 이런 상황이 흔히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오늘만큼은 현승이 형이 하고 싶은대로 던지게 맞다고 봤다"며 "괜히 내가 올라가서 더 긴장할 수 있다. 맞더라도 현승이 형의 뜻을 따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마무리에 대한 믿음이다. 설령 이 한 경기 뼈 아픈 역전패를 당할지라도, 모두가 이현승을 믿었다. 또 가만히 지켜봤다. 엔트리에 등록된 9명의 코칭스태프, 이현승을 제외한 26명의 선수들. 덕아웃과 불펜을 지킨 35명 모두가 말이다. 양의지도 "평소 같으면 당연히 마운드를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며 "결과를 봐라. 결국 (이)현승이 형이 막지 않았는가. 모든 걸 떠나서 그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