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위용잃은 양현종,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입력 2016-06-02 06:15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KIA 선발 양현종이 4회 실점하고 어렵게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지제공=KIA 타이거즈

시리즈 스윕을 노리는 두산과 반등을 노리는 KIA가 19일 잠실에서 만났다. KIA 양현종이 3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하자 이대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05.19/

어두운 분위기를 몰아낼 돌파구가 필요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KIA 타이거즈 선발진의 핵인 양현종이 위태로워 보인다. 연패를 끊어주고, 상승세를 이끌어줘야 하는 주축투수인데 최고 투수의 위용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지난 31일 LG 트윈스전까지 11경기에 출전해 1승6패, 평균자책점 3.98. 지난 2년간 31승을 거둔 특급투수라고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최근 악화된 각종 지수가 '뭔가 이상하다'를 소리내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3경기에서 2패를 안고, 평균자책점 7.02을 기록했다. 매경기 5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헤쳐가지도 못했다. 양현종답지 않은 모습, '슬럼프'다.

개막전부터 8경기까지 9이닝 당 피안타가 8.08개, 피안타율이 2할4푼2리였다. 그런데 최근 3경기에서는 9이닝 당 피안타 12.42개, 피안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했다. 매이닝 쉴새없이 안타를 내주고 있다. 지난 31일 경기 땐 1~3회 연속으로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어렵게 갔다.

저조한 득점지원으로 승수를 쌓지 못하기도 했지만, 구위도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3경기에선 스스로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난 5월 19일 두산 베어스전 4⅔이닝 7실점,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6이닝 6실점(5자책), 31일 LG 트윈스전 6이닝 5실점(1자책). 31일 경기에선 수비 실책이 아쉽기도 했으나, 공도 위력적이지 못했다. 6회까지 무려 안타 10개를 허용했다. 빠른 볼(최고 149km)과 변화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렸다. 예리함이 떨어지고, 공끝이 무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구 패턴이 읽히면서, LG 젊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압도하지 못하니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KIA 김기태 감독이 양현종 등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m / 2016.05.18.
데자뷰처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타선이 어렵게 점수를 뽑으면, 바로 집중타를 맞고 점수를 내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금같은 투구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상대 타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본인은 자신감을 잃을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에이스의 부진에 벤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양현종이 주춤할 때 잠시 휴식을 줬다.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해 심신을 추스르게 했다. 올해는 빡빡하게 돌아가는 선발 로테이션상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사실 에이스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대놓고 지적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최고 투수를 최대한 존중해 주고 대우하는 게 요즘 프로야구 분위기다. KIA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전지훈련 기간에 KIA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고 배려했다. 최고임을 증명한 투수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양현종 스스로 털어내고, 극복하는 것이다. 이게 잘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 양현종이 중심을 잡아줘야 타이거즈 마운드가 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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