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지크는 팀의 2선발 역할을 잘 해내왔다. 1일까지 11경기(선발 10회)에 나와 평균자책점 3.88에 5승6패를 기록했다. 패수가 조금 많지만, 평균자책점은 준수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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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크는 직구 최고구속이 151㎞까지 나왔고, 커브(122~129㎞)와 슬라이더(134~138㎞) 체인지업(132~139㎞) 투심(143~146㎞)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졌다. 그러나 경기 초반에 나온 실책으로 인해 역전을 허용한 뒤 꾸준히 난타당했다.
초반 실책의 여파가 컸다.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 이병규와 후속 채은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 3루에서 유강남의 뜬공을 중견수 최원준이 잡지 못했다. 고졸루키 최원준은 1군무대 데뷔전에서 하필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실책으로 이병규가 동점 득점을 올렸고, 채은성은 3루까지 갔다. 유강남도 1루에 안착했다. 이어 오지환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2점째를 허용했다. 이후 지크의 수난이 이어졌다. 3회와 4회에 3점씩 내줬고, 5회에도 1점을 더 내줘 총 9실점을 기록했다. 실책과는 별개로 LG 타선에 약한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KIA 김기태 감독은 지크를 끝까지 마운드에 놔뒀다. 그리고 108개의 공을 던지며 5회를 책임지게 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김 감독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KIA는 현재 윤석민과 임준혁의 부상 이탈로 선발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이 데미지를 치밀한 계산에 의한 불펜 운용으로 잘 막아왔다.
그러나 지난 5월31일 잠실 LG전에서 이 계산에 악재가 생기고 말았다. 이 경기가 연장 12회 6-6 무승부가 되면서 KIA는 주초부터 5명의 불펜을 소모했다. 1일 LG전에서 헥터가 7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불펜을 조금이나마 쉬게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크를 쉽게 내리긴 어려웠다. 긴이닝을 던져줄 불펜이 마땅치 않은데다 설령 불펜을 가동한다고 해도 주말 3연전에 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결국 김 감독은 패배를 무릅쓰고라도 투수들을 아끼고 싶었던 듯 하다. 이날 지크가 5회를 책임진 뒤에는 정동현 혼자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나마 KIA가 거둔 수확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