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3번 전환' 카드, 성공의 비결

기사입력 2016-06-06 03:53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득점력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로 이미지가 굳어졌던 김태균이 3번타자로 변신했다. 김성근 감독이 약 2개월만에 다시 내놓은 카드다. 그런데 이 카드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2, 3루 한화 김태균이 2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5/
사실 이 카드는 지난 4월8일 창원 NC다이노스전 때 한번 나온 적이 있다. 당시 4번 자리에는 최진행이 들어갔다. 두 선수의 타순을 재조합해 득점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 하지만 이 경기에서 김태균은 2루타 1개에 볼넷 2개를 얻었고, 최진행은 2타수 무안타에 4사구 2개를 얻으며 두 명 모두 타점 생산에 실패했다. 경기는 4대5, 1점차 패배였다. 이후 '3번 김태균' 카드는 한 동안 봉인됐다. 김태균은 5월 내내 4번에 고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잠시 봉인된 듯 했 '3번 김태균' 카드가 삼성과의 주말 원정 3연전(3~5일)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4번 자리에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들어갔다. 그리고 이 새로운 중심타선, 즉 'K-R포'가 만든 시너지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3연전 기간에 김태균은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에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5할8푼8리로 팀내 1위였다. 로사리오 역시 3할7푼5리(16타수 6안타)를 치며 5타점을 쓸어담았다. 한화는 이 새로운 중심타선 조합을 앞세워 삼성과의 3연전을 스윕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가 3, 4일에 결승타를 친 데 이어 5일에는 김태균이 연장 10회초 2사 1, 2에서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얼핏 보면 김태균과 로사리오의 단순한 타순 이동같지만, 사실 이 안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복합돼 있다. 우선 김성근 감독이 김태균을 두 달만에 다시 3번으로 돌린 배경. 바로 장타력과 출루율을 겸비한 타자의 부재 때문이다. 김 감독의 첫 번째 고민 포인트였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3루 한화 김태균이 좌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5/
3번 자리는 원래 팀내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타자의 몫이다.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은 기본이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찬스를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 정확성과 출루율도 필요하다. 최근 이 자리는 송광민과 양성우가 맡고 있었다. 최진행과 김경언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빈자리를 송광민과 양성우가 충분히 잘 메워주고 있다. 그런데 송광민의 컨디션이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자칫 무리하게 출전할 경우 부상이 생길 수도 있어 배려 차원에서 휴식을 줘야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양성우도 6월들어 상대의 전력 분석에 노출되고, 페이스가 떨어지며 타격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달리 (3번자리에)낼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며 3번타자로 김태균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렇게 곤궁한 팀 타선의 상황으로 등장하게 된 '3번 김태균' 카드는 추가적으로 두 가지 요소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 하나는 김태균의 슬럼프 탈출이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김태균은 5월 하순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5월24일 고척 넥센전부터 12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서야 긴 부진을 털어내고 정확성과 장타력, 출루율 등 여러 타격 지표가 정상적으로 회복된 것이다. 때문에 현재 팀내에서 가장 '3번 타자'에 적합한 인물이 바로 김태균이다.


무엇보다 로사리오의 클러치 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3번 김태균' 카드는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는 최근 7경기 연속 타점을 포함해, 10경기에서 무려 14타점을 쓸어담았다. 한화가 10경기에서 9승을 쓸어담은 추진력을 제공했다. 그런 로사리오가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김태균 역시 좀더 편안한 상태에서 투수와 싸우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던 것이다.

정근우-이용규의 '특급 테이블세터 듀오'가 살아나가면 적시타나 진루타를 만들고, 혹시 주자가 없으면 자신이 치고 나간 뒤 로사리오의 적시타를 기다리면 된다. 김태균은 타석에서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투수와의 싸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팀이 이기고, 자신 역시 한결 편하게 안타와 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는데 굳이 '4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향후 팀내 환경 변화에 따라 또 다른 타순 조합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김태균과 로사리오 순서대로 나오는 'K-R포'의 파괴력을 더 이용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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