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득점력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한화 이글스의 '4번 타자'로 이미지가 굳어졌던 김태균이 3번타자로 변신했다. 김성근 감독이 약 2개월만에 다시 내놓은 카드다. 그런데 이 카드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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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전 기간에 김태균은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에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5할8푼8리로 팀내 1위였다. 로사리오 역시 3할7푼5리(16타수 6안타)를 치며 5타점을 쓸어담았다. 한화는 이 새로운 중심타선 조합을 앞세워 삼성과의 3연전을 스윕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가 3, 4일에 결승타를 친 데 이어 5일에는 김태균이 연장 10회초 2사 1, 2에서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얼핏 보면 김태균과 로사리오의 단순한 타순 이동같지만, 사실 이 안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복합돼 있다. 우선 김성근 감독이 김태균을 두 달만에 다시 3번으로 돌린 배경. 바로 장타력과 출루율을 겸비한 타자의 부재 때문이다. 김 감독의 첫 번째 고민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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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양성우도 6월들어 상대의 전력 분석에 노출되고, 페이스가 떨어지며 타격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달리 (3번자리에)낼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며 3번타자로 김태균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렇게 곤궁한 팀 타선의 상황으로 등장하게 된 '3번 김태균' 카드는 추가적으로 두 가지 요소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 하나는 김태균의 슬럼프 탈출이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김태균은 5월 하순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5월24일 고척 넥센전부터 12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서야 긴 부진을 털어내고 정확성과 장타력, 출루율 등 여러 타격 지표가 정상적으로 회복된 것이다. 때문에 현재 팀내에서 가장 '3번 타자'에 적합한 인물이 바로 김태균이다.
무엇보다 로사리오의 클러치 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3번 김태균' 카드는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는 최근 7경기 연속 타점을 포함해, 10경기에서 무려 14타점을 쓸어담았다. 한화가 10경기에서 9승을 쓸어담은 추진력을 제공했다. 그런 로사리오가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김태균 역시 좀더 편안한 상태에서 투수와 싸우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던 것이다.
정근우-이용규의 '특급 테이블세터 듀오'가 살아나가면 적시타나 진루타를 만들고, 혹시 주자가 없으면 자신이 치고 나간 뒤 로사리오의 적시타를 기다리면 된다. 김태균은 타석에서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투수와의 싸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팀이 이기고, 자신 역시 한결 편하게 안타와 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는데 굳이 '4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향후 팀내 환경 변화에 따라 또 다른 타순 조합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김태균과 로사리오 순서대로 나오는 'K-R포'의 파괴력을 더 이용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