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의 역주행, 4할 복귀 자체가 흥미롭다

기사입력 2016-06-08 11:52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롯데 김문호가 중월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6.07/

타격은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다. 투수와 달리 타자는 한 시즌을 치르면서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반복되는게 당연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페이스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타율 3할을 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을 과학이라고 했고 찰리 로는 3할을 예술로 칭했다. 그런데 3할도 아닌 4할을 쳤다면 그것은 과학과 예술 이상의 경지로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가 나온 것은 1941년이 마지막이고, KBO리그에서는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이후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KBO리그에서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타자가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김문호(29)는 2006년에 데뷔한 프로 11년차의 베테랑이다. 김문호는 지난해 타율 3할6리를 치며 주목받기 전까지 벤치 멤버로 10년의 세월을 보낸 '무명'이었다. 한 번도 규정 타석을 넘긴 적이 없고, 올해 시즌 전까지만 해도 주전 약속을 받지 못했던 터라 지금의 활약이 놀랍기만 하다.

7일 현재 김문호는 타율 4할6리로 타격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시즌 중반에 돌입한 6월초 팀이 54경기를 치른 가운데 김문호의 타율도 4할 유지가 버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타격감을 다시 끌어올리며 타율 레이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문 2위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0.375)보다 3푼1리가 높은 수치다. 이날 인천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김문호는 2번 좌익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을 치며 팀의 9대6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4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부터 2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오던 김문호는 5월 29일 한화 이글스전, 31일 kt 위즈전에서 연속 무안타에 그쳐 4할대 타율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타수 1안타로 '부진'을 보이는 바람에 올시즌 처음으로 타율이 3할대(0.399)로 떨어졌다. 당시 "칠만큼 쳤다. 욕심부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 롯데 벤치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김문호는 5일 NC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치며 다시 4할대 타율로 돌아오더니 이날 SK전에서도 멀티히트를 작렬하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더구나 1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지난달 22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16일만에 짜릿한 장타 감각도 되살렸다. 김문호가 4할 타율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팬들의 응원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 벤치와 마찬가지로 무리하지 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KBO리그에서 시즌 4할 타율에 근접했던 선수로는 대표적으로 1994년 이종범이 꼽힌다. 이종범은 그해 막판까지 4할에 도전하다 결국 3할9푼3리로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8월 21일, 팀경기수 104게임까지 4할대 타율(0.400)을 지켰던 이종범은 배탈 증세로 12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치는 바람에 결국 4할 도전에 실패했다.

2012년 한화 김태균 역시 후반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결국 그에 한참 못미치는 3할6푼3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해 김태균은 8월 3일, 팀경기수 89경기까지 4할대 타율(0.400)을 유지했다. SK 이재원도 마찬가지다. 이재원은 2014년 4월말 4할대 타율로 규정타석을 채운 뒤 꾸준히 타격감을 이어갔지만, 7월 7일(0.401)을 마지막으로 3할대 타율로 떨어졌다. 그만큼 4할 타율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문호의 4할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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