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안타 친 에반스 첫 마디, "동료들 때문에"

최종수정 2016-06-08 01:57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두산 7회 1사 1루에서 에반스가 kt 이창재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에반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07

두산 베어스 닉 에반스가 '복덩이'로 불리고 있다. 잦은 타순 변경에도 꾸준히 활약하며 팀 상승세에 앞장 서는 요즘이다. 인성도 남다르다. 실력, 침착한 성격에다 동료애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에반스는 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4안타 경기를 펼쳤다.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번의 타석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장타를 3개나 때렸다. 경기 전 "기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지 않으면서 자기 포인트에서 공을 때린다"는 박철우 타격 코치의 평가 그대로였다.

kt 선발 장시환을 상대로 1회 첫 타석은 삼진이었다. 바깥쪽으로 낮게 꺾여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지켜봤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은 달랐다. 0-0이던 4회 선두 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2B에서 143㎞ 직구를 통타해 가운데 펜스를 때리는 2루타로 연결했다. 이후 허경민의 적시타 때는 홈인,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5회에는 행운의 안타였다. 먹힌 타구가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졌다. 그리고 5-0이던 7회. 시즌 10호 홈런을 폭발했다. 1사 1루에서 왼손 불펜 이창재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110m짜리 투런 아치로 연결했다. 풀카운트에서 한 가운데로 실투가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다.

그는 9회에도 다시 타석에 섰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만 부족해 다들 벤치에서 숨죽이고 지켜봤다. 결과는 우완 불펜 김사율의 초구를 잡아 당겨 좌중월 2루타. 3루 베이스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역시 장타였다.

경기 후 에반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원래 감정 기복이 거의 없고 표정 변화도 없다는 게 두산 관계자의 설명. 에반스에게 KBO리그 데뷔 첫 4안타 경기를 펼친 소감을 묻자 침착한 목소리로 "기분 좋다"고 했다. 이어서는 "내가 잘 해서 4안타를 때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며 "찬스에서 타자들이 안타를 치면서 흐름이 연결됐고, 결국 내가 9회에도 다시 한 번 타석에 설 수 있었다"고 다른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그러면서 "시즌 초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한국 투수들에게 고전했지만 지금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다른 볼배합에 완전히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내 타격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또한 "시즌 초 적응에 애를 먹을 때 감독님의 배려로 타석에 많이 서면서 감을 끌어올렸다"고 했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경기 후에 승리를 만끽하는 순간에도 침착한 에반스였다.

도리어 신이 난 건 다른 선수와 프런트였다. 인터뷰 도중 "빤스(에반스 별명) 나이스 배팅"이라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터졌다. 두산 관계자는 "캠프 때부터 워낙 성실해 모든 선수가 에반스의 성공을 빌었다. 사실 덕아웃에서 조용하게 있다가도 빈볼성 공이 날아오면 먼저 화를 내는 게 에반스"라며 "한국 야구는 물론 이제는 문화에도 완벽히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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