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류지혁, '우상' 유격수를 대체하는 안정감

기사입력 2016-06-13 11:45


두산 베어스 류지혁. 스포츠조선 DB.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는 야구인들이 인정하는 수비 천재다. 프리미어12 국가대표 초대 사령탑에 오른 김인식 감독은 "모든 야수를 통틀어 기본기는 김재호가 으뜸이다. 일본 선수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지난 시즌 김재호가 지쳐 있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뺄 수가 없더라. 모른 척 하고 선발 라인업에 넣곤 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김재호를 2015시즌 전반기 MVP로도 주저 없이 뽑았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144경기의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났다. 선린중-충암고 출신 류지혁(22)이 주인공이다. 수비와 공격 모두 김재호에 한 참 밀리지만, 막상 실전에서 선배의 공백을 지우는 재주가 있다. 2011년 하주석(한화 이글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박민우(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청소년대표에 뽑힌 유망주가 프로 5년 차를 맞아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류지혁은 1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번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3번째 선발 출전이다. 그는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로 큰 역할이 없었지만 수비에서는 잇따른 호수비로 장원준의 호투를 도왔다. 1-1이던 3회였다. 선두 타자 문규현의 느린 땅볼 타구를 잽싸게 쇄도해 1루로 뿌렸다. 후속 손아섭의 타구 역시 몸을 회전하며 강하게 1루로 송구,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는 이날까지 96이닝 동안 수비를 소화해 실책이 단 1개다. 그것도 1루 미트를 낀 4월15일 잠실 삼성전에서 2루에 송구 실책을 했다. 수비의 핵 유격수로 나설 때는 안정감이 상당하다.

류지혁은 평소 "감독님이 맡겨만 주시면 포수까지 볼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상무 시절 "워낙 막강한 선수층에 내 자리가 없어 불펜에서 투수의 공을 받는 게 일상이었다"는 그는 "투수 빼고 모든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태형 감독은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전략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는 후문. 류지혁은 "상무에서 웨이트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게 지금의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도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며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그런 그가 또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롤모델' 김재호다. 매일 메이저리그 경기를 빼먹지 않고 본다던 그는 "유격수 수비만 보면 김재호 선배가 최고인 것 같다. 지금 내 우상"이라면서 "모든 걸 배우고 싶다. 저렇게 살살 1루로 던지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한 번씩 선발 출전하면 실책 하지 않는 게 목표다. 벤치에서 보는 것만으로 많은 걸 배우는 데 그 걸 응용해 수비하고 싶다"면서 "누가 봐도 불안해 하지 않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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