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김성근 감독, 이제 홀로 고민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06-14 04:18


"요즘 별로 할 일이 없어. (끝나고)만세만 하면 돼."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홈팀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전날 LG전 연장 끝내기 승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김 감독은 "요즘 코치들이 알아서 잘 하니까 할 일이 없다"며 가볍게 웃었다. 당시 중계영상에는 김 감독이 옆에 서 있던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여러번 나왔다.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늘 고독했다. 팀의 여러 문제에 관해 혼자 고민하며 해법을 찾으려 새벽까지 고민하곤 했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LG 트윈스를 만나 6회초에 0-6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김 감독이 몸을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고독한 승부사'였던 김성근 감독

실제로 김 감독이 할 일이 없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김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서 최종 결정권을 굳건히 쥐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 운영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많은 야구인들이 허리디스크 수술 시점 이후로 김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그런 변화는 대표적으로 경기 도중 김 감독이 옆에 서있는 젊은 코치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최근 한화 경기 중계에는 이런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수비 이닝 때는 정민태 투수코치와 신경현 배터리 코치가, 그리고 공격 이닝 때는 김재현 타격 코치가 김 감독 옆에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주요 포인트에서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시즌 초반 김 감독은 팀 운영에 관한 고민을 거의 혼자서 짊어졌다. 코치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원래 김 감독의 오래된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수 십년에 걸쳐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치열한 공부를 바탕으로 타격과 투구에 걸쳐 해박한 이론을 정립해놨다. 여기에 '모든 짐은 내가 짊어진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선수단을 이끌어왔다.

그러다보니 시즌 초반에는 거의 매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비롯된 악재속에서 팀을 이기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늘 고독하게 스스로를 다그쳐왔다. 당시 덕아웃의 김 감독은 늘 수심에 찬 표정으로 홀로 기록지와 수첩을 보며 방법을 찾곤 했다. 간혹 김광수 수석코치와 몇 마디 나눌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좋지 못했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는 결국 허리 디스크 부분 파열로 이어지고 말았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복귀한 뒤 김성근 감독은 이전에 비해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경기 중 주변에 서 있는 젊은 코치들과 수시로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곤 한다. 지난 5월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 때 선 채로 메모를 하는 김 감독과 그 옆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정민태 투수코치의 모습.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5/
한화 덕아웃의 달라진 풍경


그랬던 김 감독과 덕아웃의 풍경이 이제는 달라졌다. 복귀 이후 김 감독은 더 이상 고독해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의 곁에는 현역시절 일세를 풍미했던 젊은 보좌관들어 우뚝 서 있다. 한국 우완정통파 에이스의 계보를 이은 '20승 투수' 출신의 정민태 코치와 LG, SK에서 김 감독에게 사사한 '캐넌히터' 김재현 코치, 그리고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신경현 코치가 버티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 비해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김 감독과 소통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요즘 코치들의 보고와 건의를 들은 뒤 이를 적절히 선택하며 팀을 이끈다. 지난 10일과 11일 LG전에 송은범-송신영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선발 결정에 관해 김 감독은 "로저스 선발 자리가 비었는데, 정민태 코치가 송신영이 좋다고 해서 믿었다. 다만 송신영을 10일에 내자고 하길래, 3연전의 첫머리가 중요하니까 송은범을 먼저 투입하는 걸로 바꿨다"고 밝혔다.

코치의 말을 일단 믿고, 여기에 본인의 판단력을 적절히 가미해 최종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결과는 1승1패였지만, 송은범은 6이닝 무실점, 송신영은 4⅓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런 식으로 코치들과 소통하며 김 감독은 혼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은 듯 하다. 덕아웃에서 전에 없이 환하게 웃고, 박수를 치며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는 물론 포옹까지 하는 김 감독의 모습은 어쩌면 젊은 코치들과 고민을 나눈데서 오는 홀가분함 때문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이 돌아온 후 한화는 21경기에서 14승6패1무(승률 7할)를 거뒀다. 최근 16경기에서는 13승3패(승률 8할1푼3리)로 훨훨 날아 탈꼴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분명 이런 상승세에는 김 감독과 젊은 코칭스태프 간에 생긴 긍정적 관계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김 감독은 더 이상 혼자서만 고민하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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