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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즌을 시작할 때 주전은 고사하고, 백업 자리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내외야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인데, 어느 한 곳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2003년 KIA 타이거즈에서 시작해 LG 트윈스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로 흘러들었다. 아무리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해도,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잡아끌 임팩트가 부족했다. 1984년 생 프로 14년차 서동욱의 2016년은 암담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는 확실히 그랬다. 시즌 개막 시점에서 서동욱을 눈여겨 본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서동욱은 지난 4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8회 대타로 나서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적 후 첫 타석이자, 시즌 첫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을 때렸다. KIA 복귀를 알리는 선언과 같았다. 19일 삼성전부터 23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이적 후 5경기에서 6안타, 3홈런, 7타점. 꾸준한 활약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타이거즈의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그동안 타격감에 따른 굴곡은 있었다. 4월 19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6리-3홈런-8타점, 5월 24경기에서 3할5푼8리-3홈런-15타점. 서동욱없는 타선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코칭스태프는 "서동욱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했다. 6월들어 다소 주춤해 걱정했는데, 지난 19일 잠실 LG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9대4 승리,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를 끌어온 한방이었다. 그는 "주전으로 계속해 출전하면서 힘이 떨어졌다.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6번으로 출전하고 있는데, 하위타선에 있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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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적 때만 해도 이 정도 활약을 기대한 건 아니다. 트레이드 직후 김기태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LG 시절부터 봐왔는데,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기존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졌을 때 서동욱이 힘이 돼 줄 것이다"고 했다. 주축 전력이라기보단 좋은 백업 정도로 생각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신뢰와 노력이 '새로운 서동욱'을 만들어냈다.
지금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서동욱 프로경력에서 최고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동욱은 LG 소속이던 2011년 81안타-7홈런-37타점-42득점을 마크했는데, 지난해까지 한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홈런은 이미 넘어섰고, 안타-타점-득점 기록 경신도 어려울 것 같지 않다.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