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즌을 시작할 때 주전은 고사하고, 백업 자리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내외야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인데, 어느 한 곳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2003년 KIA 타이거즈에서 시작해 LG 트윈스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로 흘러들었다. 아무리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해도,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잡아끌 임팩트가 부족했다. 1984년 생 프로 14년차 서동욱의 2016년은 암담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는 확실히 그랬다. 시즌 개막 시점에서 서동욱을 눈여겨 본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개막 직후 KIA 이적과 함께 꽉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렸다. 지난 4월 6일 타이거즈는 히어로즈로부터 서동욱을 트레이드했다고 발표했다. 아무 조건이 붙지 않은 무상 트레이드. 히어로즈는 입지가 좁아진 서동욱의 앞길을 열어줬다. 그렇게 서동욱의 타이거즈 복귀가 11년 만에 이뤄졌다. 2003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KIA에 입단해 2005년 11월 LG로 트레이드가 됐는데,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적은 그의 야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타이거즈 입성 후 딴 사람이 된 듯 하다.
서동욱은 지난 4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8회 대타로 나서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적 후 첫 타석이자, 시즌 첫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을 때렸다. KIA 복귀를 알리는 선언과 같았다. 19일 삼성전부터 23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이적 후 5경기에서 6안타, 3홈런, 7타점. 꾸준한 활약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타이거즈의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그동안 타격감에 따른 굴곡은 있었다. 4월 19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6리-3홈런-8타점, 5월 24경기에서 3할5푼8리-3홈런-15타점. 서동욱없는 타선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코칭스태프는 "서동욱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했다. 6월들어 다소 주춤해 걱정했는데, 지난 19일 잠실 LG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9대4 승리,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를 끌어온 한방이었다. 그는 "주전으로 계속해 출전하면서 힘이 떨어졌다.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6번으로 출전하고 있는데, 하위타선에 있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20일 현재 50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8리(146타수 42안타)-8홈런-30타점-장타율 4할9푼3리-출루율 4할7리-득점권 타율 3할5푼1리. 주축 내야수로서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사실, 이적 때만 해도 이 정도 활약을 기대한 건 아니다. 트레이드 직후 김기태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LG 시절부터 봐왔는데,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기존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졌을 때 서동욱이 힘이 돼 줄 것이다"고 했다. 주축 전력이라기보단 좋은 백업 정도로 생각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신뢰와 노력이 '새로운 서동욱'을 만들어냈다.
지금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서동욱 프로경력에서 최고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동욱은 LG 소속이던 2011년 81안타-7홈런-37타점-42득점을 마크했는데, 지난해까지 한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홈런은 이미 넘어섰고, 안타-타점-득점 기록 경신도 어려울 것 같지 않다.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