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만 같았다. 약 3주간 이어지던 한화 이글스의 무서운 상승세는 일단 종료됐다. 이제 지나간 영광의 추억은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상승세를 만들어야 할 때다. 여전히 한화는 리그 최하위고, 전력도 불안정하기 짝이없다. 지금 필요한 건 약 한 달전 '최악의 시기'를 겪을 때 선수들이 품었던 절박함과 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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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한화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가 7대4로 승리했다. 패한 한화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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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5월26일부터 6월12일까지 18일간 치른 16경기에서 13승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롯데, 삼성을 상대로 거둔 두 차례의 스윕승을 포함해 5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꼴찌 탈출의 희망을 밝혔다. 실제로 6월12일 LG전에 승리한 뒤에는 kt와 공동 9위를 기록하며 단독 꼴찌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14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kt-넥센과의 주간 매치에서 1승4패로 무너져 다시 꼴찌로 내려앉았다.
어느 팀이든 늘 잘할 수는 없다. 이기는 날이 있으면 지는 날도 있다. 상승세 역시 한 시즌 내내 지속될 순 없다. 한화의 상승세도 언젠가 멈추는 순간이 오리라는 건 이미 예상됐던 바다. 결국 관건은 상승세가 끊기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때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이런 위기의 시기를 큰 동요없이 가능한 짧게 끊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강팀이라고 불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주 1승5패를 거두는 과정에서 한화가 보여준 모습은 초라했다. 여전히 약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에 치명적인 실책이 나와 승기를 내주는가 하면, 믿었던 불펜이 앞서던 승리를 날리기도 했다. 5경기 연속으로 실책이 나왔고, 4패 중 2패는 역전패였다. 13승3패의 기간에 보여줬던 단단한 팀워크가 삐걱대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주의 한화는 상대의 압도적인 힘앞에 패했다기 보다는 자멸했다고 봐야한다.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패하는 건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방심과 집중력 저하 때문에 자멸한 경기에서는 얻을 게 없다.
결국 한화가 다시 상승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집중력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부터 한 달전 최악의 위기를 겪으며 선수들이 품었던 승리에 대한 열망과 투지를 다시 일깨울 필요가 있다. 13승3패의 상승세를 겪으며 한화는 이런 열망과 투지가 다소 희석된 듯 하다. 침체기에 빠졌던 팀이 상승세를 오래 타다보면 집중력이 다소 느슨해질 수 있는데, 한화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실제로 13승3패의 기간에 한화 선수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곤 했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상대를 쉽게 보거나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주 1승4패 기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매 경기 이어진 실책이 그 증거다. 이 기간의 한화는 '13승3패'를 거둘 때가 아니라 승패 마진이 -20승까지 갔을 때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상승세의 기간에 벌어놓은 승수 덕분에 꼴찌 탈출 가능성은 여전히 많이 열려있다. 9위 kt와는 1경기 차이다. 6위 롯데와도 3경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시 시작된 위기를 빨리 끊어낼 수만 있다면 한화는 여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집중력과 투지의 날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이 중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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