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트라우마 걱정' LG, 강승호 2군행 결정

기사입력 2016-06-20 13:19


LG와 KIA의 2016 KBO 리그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2루 LG 유격수 강승호가 KIA 서동욱의 내야땅볼을 뒤로 빠뜨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루주자 필이 득점에 성공하며 1대1 동점이 됐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18/

LG 트윈스가 결국 유격수 강승호를 2군에 내려보냈다.

LG의 유격수 문제. 양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LG는 21일부터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와의 3연전을 치른다. 5위 LG 입장에서는 4위 SK와의 3연전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수비 포지션 유격수 빈 자리가 생겨버렸으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 감독은 18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 오지환을 2군으로 내렸다. 극심한 타격 부진 속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양 감독은 수비에서의 공백을 염려해 오지환에게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줬다. 양 감독은 "유격수는 수비가 중요하다. 지환이의 수비 능력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 유격수 수비가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진 선수를 무조건 기용하는 것만도 능사는 아니었다.

결국 오지환을 말소시켰다. 그 배경에는 강승호라는 젊은 유격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강승호는 올시즌 LG의 개막전 유격수였다. 당시에도 오지환이 무릎 부상을 당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회를 얻었다. 당시 준수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큰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오지환은 올시즌 후 군에 입대한다. 누가 되든 내년 시즌부터 오지환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대체 후보자가 1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배경 속에 강승호가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실책을 쏟아내고 말았다. 18일 경기 2회 한 이닝에만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다행히 2회 1실점으로 막았고, 팀이 7대1로 승리했기 때문에 실책 2개가 묻혔다. 하지만 19일 경기 4회 또다시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4-1로 앞서던 LG는 상대 선두타자를 실책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맞이했고, 3-4까지 추격당했다. 그리고 결국 5대9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양 감독은 4회말 강승호 타순에서 장준원을 대타로 내보냈다. 사실상 수비 실책을 더 지켜볼 수 없다는 문책성 교체였다.

실책 과정을 보면 실력 부족보다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18일 경기 첫 번째 실책 장면. 브렛 필의 땅볼 타구가 포구를 앞두고 불규칙 바운드로 흘렀다. 그렇다 치더라도 강승호의 포구 자세 자체가 높아 밑으로 공이 빠질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이 실책에 부담을 느꼈는지, 이어진 서동욱의 타구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 2개의 실책 뿐 아니라 1루 송구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아무래도 주전, 그리고 실책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19일 경기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필이면 만원 관중이 들어찬 KIA와의 주말 잠실 경기에서부터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프로가 환경 탓을 하면 안되지만,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였다.

양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 한 번 더 기회를 주느냐, 아니면 팀을 위해 긴급 수혈을 하느냐였다. 실책을 연발했다고 바로 기회를 박탈하면, LG의 미래를 책임질 유격수가 큰 심리적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SK전 중요성을 감안하면 선뜻 오더지를 강승호의 이름으로 채우기 힘들 수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상위권 팀들 추격이 힘들어진다.

선택은 2군행이었다. 현재 심리 상태로는 당장 1군 경기에 투입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현 상태로는 경기에 또 나가도 비슷한 실책을 다시 저지를 확률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강승호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더욱 커진다. 차라리 2군에서 차분하게 훈련을 하며 다시 준비하는 게 났다고 결론 내렸다. LG는 장준원을 엔트리에 남겨두고 수비가 좋은 윤진호를 콜업할 예정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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