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이 막은 이대호와 킴브럴의 명승부

기사입력 2016-06-20 13:31


SEATTLE, WA - JUNE 10: Dae-Ho Lee #10 of the Seattle Mariners hits a three-run home run off of starting pitcher Derek Holland #45 of the Texas Rangers scoring teammates Nelson Cruz #23 and Robinson Cano #22 during the fourth inning of game at Safeco Field on June 10, 2016 in Seattle, Washington. Stephen Brashear/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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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전은 9회까지 1점차 승부가 계속됐다. 보스턴이 2-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이 마운드에 섰다. 9회초가 4번타자부터 시작해 5번 이대호가 킴브럴과 상대하는 상황이 됐다. 둘의 대결은 한국팬들은 물론 시애틀팬들도 기대를 하고 볼 수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1사후 이대호 차례에서 타석에 선 이는 왼손타자였다. 바로 이날 이대호가 출전하면서 빠진 애덤 린드였다. 린드와 이대호의 철저한 플래툰시스템에 의해 이대호의 역사적인 대결이 무산됐다.

이대호는 이날 보스턴이 왼손인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선발로 내자 린드 대신 출전기회를 얻었고,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1B2S에서 4구째 높은 93마일의 빠른 공을 잡아당겨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1사후 7번 크리스 이아네타의 병살타 때 이대호도 아웃.

프랭클린 구티에레즈의 솔로포로 1-0으로 앞선 4회초 2사후 나온 두번째 타석에선 3루수앞 땅볼로 아웃됐다. 1B2S에서 4구째 90마일의 직구를 잡아당겼지만 3루수앞 땅볼로 아웃.

1-0의 리드를 이어간 6회초 2사 1,2루의 타점 찬스에서 세번째 타석을 맞이한 이대호는 볼카운트 1B2S에서 90마일의 커터를 건드렸고, 타구가 중견수쪽으로 굴러갔지만 보스턴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잡아 2루를 밟아 아웃.

1-0으로 앞서던 시애틀은 6회말 동점을 허용하더니 7회말엔 무키 베츠에게 역전 솔로포를 맞아 1-2로 뒤졌다. 그리고 9회초 이대호가 빠진 3명의 타자가 킴브럴에게 모두 삼진을 당하며 패했다.

이대호에게 플래툰 시스템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동시에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이 됐다. 린드가 왼손 투수에 약한 기록에 따라서 왼손투수가 나올 때 린드 대신 나설 오른손타자가 필요함에 따라 이대호가 시애틀과 계약을 했고,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들을 이겨 기회를 얻었다.


이대호를 시애틀 팬들에게 알린 계기도 플래툰시스템 덕분이었다. 지난 4월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서 선발에서 제외됐던 이대호는 2-2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1루서 텍사스의 왼손 투수 제이크 디크먼에 상대하기 위해 린드의 대타로 들어서 끝내기 좌월 투런포를 쏘아올려 영웅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전날에 홈런을 치고 안타를 많이 쳐도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이대호는 벤치에 앉아야 했다.

선발로 나온 선수를 끝까지 기용하는 팀도 있지만 시애틀처럼 철저한 플래툰시스템을 적용하는 팀도 있다. 린드와 이대호가 둘 다 잘하는 선수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대호는 47경기에 출전해 121타수 35안타(타율 0.289) 10홈런, 27타점을 기록하고 있고, 린드는 53경기에 출전, 171타수 40안타(타율 0.234) 9홈런, 2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상태 투수 타율이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주로 출전하는 린드는 올시즌 오른손 투수에 타율 2할2푼9리(153타수 35안타)를 기록하고 있고, 왼손 투수엔 2할7푼8리(18타수 5안타)를 기록해 왼손 투수를 상대로 더 좋은 타율을 보인다. 이대호도 마찬가지. 주로 상대한 왼손 투수엔 타율 2할7푼1리(70타수 19안타), 오른손 투수엔 3할1푼4리(51타수 16안타)로 우완 투수에게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린드와 이대호를 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플래툰시스템이 진짜 둘과 팀을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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