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비효율적 운용, 1군등록 포수만 4명

기사입력 2016-06-21 12:21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1군 엔트리에 포수가 무려 4명이나 등록돼있다. 전에 없던 경우다. 그러다보니 다른 포지션, 특히 활용도가 큰 투수는 11명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20일 현재 1군 엔트리 현황이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포수 차일목이 kt 3회말 1사 만루 심우준의 3루 땅볼때 홈으로 쇄도하는 3루주자 마르테를 태그 하지 않아 점수를 헌납하고 조인성으로 교체되고 있다. 3루수 송광민이 심우준의 땅볼 타구를 잡아 유민상을 먼저 포스 아웃 시킨 상황이므로 포수 차일목은 마르테를 태그아웃 시켰어야 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14/
포수는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야전 사령관'으로까지 불린다. 투수에게 구종과 코스를 조합해 사인을 내고, 다른 야수들의 수비 포메이션을 조정하며 블로킹과 도루 저지 송구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력 소모가 많고 부상 위험이 커서 반드시 백업 포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1군 엔트리에는 2명 혹은 3명 정도의 포수 인원이 포함된다. 아예 포수 1명으로 엔트리를 채우는 감독도 있다. 물론 이러한 '단독 포수 엔트리'는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전략이다.

20일 기준으로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1군 엔트리에서도 확인된다. 엔트리에 포수를 2명 둔 팀이 7개(두산 NC LG SK 롯데 kt KIA)다. '2인 포수 체제'가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대부분 이렇게 운용돼 왔다. 반면 삼성과 넥센은 포수가 1명 뿐이다. 이지영과 김재현만이 1군 엔트리에 있다. 일시적으로 포수들이 다쳐 벌어진 일이다. 이흥련과 박동원이 다쳤다. 삼성은 이렇게 생긴 엔트리의 빈자리에 투수를 1명 더 늘려 총 13명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넥센은 그냥 빈자리를 두고 25명 엔트리를 구성했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포수 허도환이 kt 8회말 무사 1루에서 김연훈의 파울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14/
그런데 유독 한화는 포수 엔트리에 무려 4명의 선수를 넣었다. 올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찬 차일목(35)과 백업 신세가 된 조인성(41) 외에 박노민(31)과 지성준(22)까지 남아있다. 박노민은 지난 18일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들어왔다. 이에 앞서 지성준은 지난 17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지성준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역시 포수인 허도환이 빠졌다. 허도환은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들어왔지만, 교체 멤버로 고작 2경기(12일 LG전 14일 kt전)에 투입된 뒤 불과 5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허도환은 2경기에서 총 3번 타석에 나와 1안타 2삼진을 당했다.

1군 엔트리에 포수를 4명씩이나 두는 팀은 없다. 이전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1군에서 얼마 써보지도 않은 포수를 2군으로 보내고 그 자리를 다른 포수로 채우는 것 또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롭게 엔트리에 포함된 박노민과 지성준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이들도 분명히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 특히 두 선수는 나이가 적기 때문에 미래의 발전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자원들이다. 그래서 1군에 들어와 경험을 쌓는 것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봐도 4명의 포수를 한꺼번에 운용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어차피 경기는 차일목 혹은 조인성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다. 박노민과 지성준은 경기 막판 1이닝 정도 마스크를 쓰게될 뿐이다. 1군에 5일 동안 들어와 3타석만 나오고 다시 2군에 간 허도환의 운용 사례에서 보면 이들이 어떻게 쓰이게 될 지 예상이 된다. 이런 방식은 선수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실제로 이런 운용법이 박노민과 지성준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볼 순 없다. 2군에서 3할1푼9리를 기록한 박노민은 대타 요원, 그리고 지성준은 차일목과 조인성을 모두 쓰고 대타로 박노민을 낸 뒤에야 쓰는 백업의 백업 정도로 생각하고 등록시킨 것이다. 이러면 선수는 그냥 소모되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한화는 지금 포수나 대타 요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차라리 젊은 투수를 엔트리에 불러올리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여러모로 1군 등록포수 4명은 효율적이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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