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기회, '김기태 오아시스'를 만날 때다. 난세의 영웅 김기태가 또 삼성을 구했다.
보통 프로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처음 시작이 어렵다. 첫 승, 첫 홀드, 첫 세이브를 기록하면 투수들은 자신의 공에 믿음을 갖게 된다. 김기태의 상승세는 난파선 삼성을 구해냈다. 17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6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5대2 승리를 지휘했다. 생애 첫 승에 이어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였다. 당시 삼성은 3연패 늪에 빠져있었는데 김기태가 삼성을 살렸다.
넥센전은 더욱 특별했다. 김기태 등판 경기 후 삼성은 다시 4연패에 빠졌다. 주중 넥센 원정 3연전 앞선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장원삼, 윤성환을 내고도 모두 져 최악의 분위기였다. 3연전 스윕과 5연패의 위기. 이를 김기태가 또 끊어냈다. 간결한 투구폼 속에서 나오는 최고구속 145km의 직구가 낮게 잘 제구됐고, 주무기 포크볼이 적시에 타자 앞에서 잘 떨어졌다. 공격적으로 투구하며 투구수를 줄여나갔다. 지난 11년 세월 동안 구위는 좋아도 제구가 불안한 투수로 낙인이 찍혀있었는데, 자신감을 찾은 김기태에게서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추락의 가장 큰 원인, 무너진 선발진이었다. 외국인 투수 앨런 웹스터와 아놀드 레온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믿었던 좌-우 에이스 장원삼과 윤성환도 최근 믿을 수 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두 사람이 나선 최근 8경기 삼성은 모두 졌다. 각각 3패씩 기록을 떠안았다. 이런 가운데 김기태마저 없었다면 삼성은 일찌감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메마른 사막을 힘겹게 걸으며 탈진 상태에 빠졌던 삼성이 두 번이나 '김기태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며 다시 살아났다. 주말 삼성은 홈 대구에서 kt 위즈를 만난다. 꼴찌 위기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도 있고, 꼴찌가 될 수도 있다. 김기태가 만들어준 승리가 이번 3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고척돔=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