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종윤-우민, 롯데의 인동초들이 다시 핀다

기사입력 2016-07-01 10:04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1사 롯데 문규현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6.07/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 이 세 선수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규현, 박종윤, 이우민 롯데의 인동초들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롯데는 3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장 10회말 황재균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7대6 승리를 거뒀다. 삼성과의 3연전 모두를 끝내기 승리로 장식하며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롯데는 시즌 첫 4연승을 달리며 35승39패가 됐다. 5할 승률을 위한 전진은 물론, 중상위권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마지막 경기 끝내기 홈런을 친 황재균 등의 활약도 좋았지만, 이번 3연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문규현, 박종윤, 이우민이다.

가장 먼저 롯데의 새로운 영웅이 된 문규현. 9번타자인 그는 1, 2차전 연속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28일 첫 경기는 연장 끝내기 스리런 홈런, 29일은 9회말 끝내기 안타였다. 한 선수가 2경기 연속 끝내기를 기록한 것은 프로야구 역대 첫 번째 기록이었다. 문규현은 최근 10경기 16안타 13타점을 몰아치며 중심타자 같은 9번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타율도 3할1푼3리까지 끌어올렸다. 깔끔한 유격수 수비는 기본이다.


넥센과 롯데의 2016 KBO 리그 개막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2루 롯데 박종윤이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 슬라이딩을 한 후 1루심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03/
박종윤 역시 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 그리고 후배 김상호의 약진으로 주전 1루수 자리를 내준 채 2군에 내려가 5월을 통째로 날린 박종윤. 심기일전 1군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6월 중순 돌아와 꾸준히 안타를 생산중이다. 지난 26일 한화 이글스저에서 3루타 없는 사이클링히트로 폭발하더니 29일 삼성전에서는 9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안타로 출루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삼성과의 3연전 내내 아웃은 됐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타구들을 많이 만들어냈을 정도로 타격감이좋았다.

이번 삼성과의 3연전은 이우민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리즈였다. 28일 경기 3타수 3안타 2사구를 기록하며 5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29일 경기는 안타, 도루, 득점 등을 추구하며 고른 활약을 했다. 30일에는 4-6으로 밀리던 9회말 2사 후 대타로 나와 심창민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 극적인 동점의 기회를 제공했다. 원래 외야 수비는 리그 최고인 선수. 방망이만 이렇게 쳐주면 약물 파동으로 자리를 비운 짐 아두치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롯데 이우민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13.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문규현이 83년생이고 박종윤과 이우민은 82년생 동갑이다. 롯데에서만 쭉 프로 생활을 해왔고 나이도 비슷해 서로 친분이 두텁다. 여기에 이미지도 비슷하다. 세 사람은 롯데를 떠나 프로야구 무대 전체에서 성실성 하나는 으뜸인 선수들로 꼽힌다. 실제 성격도 세 사람 모두 매우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노력한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년 시즌 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기량을 만개시키지 못했다. 올시즌 초반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마음고생을 했던 것도 똑같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가 올라오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세 사람이 없는 롯데를 생각하면 또 허전하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타격이 문제였지만, 세 선수 모두 수비는 으뜸이다. 평소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빠지면 바로 수비 공백이 느껴진다. 오랜 기간 롯데라는 인기팀에서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꺾일 듯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오랜 시간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문규현, 박종윤, 이우민. 이들이 살아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은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 속에 항상 새기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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