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승' 넥센은 어떻게 호랑이를 잡는가

기사입력 2016-07-04 03:12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1, 2루 넥센 김하성 타석 때 KIA포수 이홍구의 1루 견제구 실책과 3루 송구 실책을 틈타 서건창과 고종욱이 모두 홈을 밟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03/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KIA를 상대로 8대5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고개를 떨구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는 KIA 선수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7.02

KIA 타이거즈가 또 졌다. 이번에도 상대는 넥센 히어로즈다.

3일 고척돔에서 열린 원정 경기였다. 승리까지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단 1개였다. 볼카운트도 2B2S, 공 한 개만 제대로 들어가면 됐다. 하지만 동점이었다. KIA는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맞고 4연패에 빠졌다. 넥센전은 9연패. 6월말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싹쓸이 하고 LG 트윈스와의 3연전도 위닝시리즈로 끝낸 KIA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기태 KIA 감독의 진단은 이랬다. "넥센이 우리만 만나면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반면 우리는 넥센만 만나면 여유가 없어진다." 정확한 분석이다. KIA 선수들이 넥센만 만나면 쫓기듯 플레이 한다.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데 본 헤드 플레이. 결정적인 실책을 남발하면서 승리를 헌납한다. 상대가 잘해서 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못해서 지는 패턴이다.

이날도 3회부터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3회말 1사 1루 넥센의 공격. KIA 중견수 김호령은 고종욱의 잘 맞은 타구를 대시하며 잡으려다 뒤로 빠뜨렸다. 수비만큼은 리그 최고로 꼽히는 김호령이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회, 믿기 힘은 실책 퍼레이드가 나왔다. 4-2로 앞선 1사 1,2루. 포수 이홍구는 볼카운트 2B1S에서 곽정철의 원바운드 공을 잘 막았으나, 2루로 뛰려던 주자를 잡기 위해 1루로 던진 송구가 짧았다. 공은 뒤로 빠졌고, 백업 플레이 한 우익수 노수광마저 3루에 악송구 해 넥센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은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경기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KIA는 주도하고 있는 경기 분위기를 막판까지 끌고갈 힘이 부족해 보였다. 여기에 6-4로 앞선 9회에는 불법 원정 도박에 따른 KBO리그 징계를 모두 소화한 임창용이 무너지면서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선수단 자존심에 금이 갈 치명적인 패배다. 그렇다면 KIA 선수들은 왜 그렇게 여유없이 넥센전을 치르는 것일까. 넥센만 만나면 어이없는 플레이와 실책을 쏟아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역시 부담감 때문이다. 상대가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탓에 크게 앞서도 선수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시 말해, KIA 선수들은 넥센의 뛰는 야구를 두려워 하고 있다. 강정호, 박병호가 없지만 상대 벤치에서 나오는 작전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또 10개 구단 중 넥센이 1점 뽑는 야구에 가장 능통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위축된다는 진단을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


넥센과 KIA의 2016 KBO 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IA 지크가 3회말 수비에서 5실점을 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1/
1일 선발 외국인 투수 지크도 그랬다. 지크는 지난달 25일 창원 NC전에서 7이닝 2안타 10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하고 넥센 타자를 상대했다. NC는 한 방 능력을 갖춘 거포가 3~6번에 줄줄이 배치돼 있는 팀, 넥센은 이에 비하면 이름값에서 크게 뒤지는 팀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크는 넥센 타선을 맞아 3⅔이닝 13안타 8실점하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소 이닝 투구, 당시 게임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지크가 퀵모션이 느린 편은 아니나 주자가 나가면 의도적으로 더 빨리 공을 던졌다. (도루를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1.30초 안에 끊고자 애를 썼는데 오히려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러면서 대량 실점을 했다"고 진단했다.

3일 경기도 마찬가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임창용은 보크로 무너졌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 삼성 시절 그다지 선보이지 않은 견제 동작을 굳이 했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 역시 넥센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넥센은 이날 2회와 7회 두 차례나 주자들이 3루 도루를 시도했고 이를 임창용이 의식했다는 것이다. 또 그에 앞서 등판한 곽정철이 2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곤란을 겪었기에 임창용 입장에서도 주자의 발을 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KIA 선수들은 넥센을 만나면 신경 쓸 게 많다. 또 타이트한 승부가 펼쳐질 수록 과도한 긴장감과 부담감으로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경기가 안 풀리는 게 아니라, 못 푼다.

아울러 상대 팀이 봤을 때 약점이 많은 팀이 KIA다. 그렇지 않다면 리그에서 왜 가장 많은 73개의 도루를 허용하고 있을까. 포수가 약해서가 아니다. 투수 퀵모션이 문제다. 그 점을 넥센은 십분 활용하고 있고, KIA는 넥센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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