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정우람없는 한화 승리, 더 늘어나야 한다

기사입력 2016-07-11 11:44


어느 팀에든 필승조는 존재한다. 팽팽한 접전, 혹은 리드 상황에서 강력한 저지력으로 승리를 굳히는 역할을 하는 투수들. 강한 필승계투진을 지닌 팀일수록 뒷심이 강하다. 그리고 여기서 생긴 추진력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팀을 강하게 만든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 지난해 4년간 84억원에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의 든든한 수호신이다. 8일 삼성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하지만 필승조가 모든 경기를 다 소화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승조도 쉬어야 한다. 강팀은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꼭 필승조가 아니더라도 접전을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승리 공식을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최근 한화 이글스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전까지 한화는 지나치게 '권 혁-정우람'의 필승계투진에 승리를 의존해왔다. 11일 기준으로 한화가 올시즌 거둔 32승 중에 무려 15승(46.8%)이 두 투수의 합작품이다. 또한 12승(37.5%)은 두 투수 중 한 명이 투입돼 만들었다. 결국 32승 중에 무려 27승(84.3%)이 권 혁-정우람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두 투수가 나오지 않고 거둔 승리는 5승에 불과했다. 권 혁-정우람 듀오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컸다.


SK와 한화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14대4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한화 선수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7/
그러나 이련 현상이 깊어지는 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두 투수의 체력과 구위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상대팀도 반복되는 기용법을 통해 충분히 대비책을 마련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구위가 좋다면야 '알고도 못치는'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힘이 떨어지면 권 혁과 정우람도 난타당할 수 있다. 정말 큰 문제는 바로 이런 순간에 벌어진다. 확신을 갖고 투입한 필승카드들이 속절없이 두들겨 맞을 때다. 지난 9일 대전 삼성전에서 정우람이 연속 홈런을 얻어맞으며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필승조를 전략적으로 아껴야 한다. 그렇다고 승리를 포기하라는 건 아니다. 필승조를 아끼면서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마련해야 진짜 강팀으로서 순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한화는 두 경기에서 이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6일 인천 SK 와이번스전과 10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6일 경기에서는 13대2로 대승을 거뒀다. 10일에는 접전끝에 10대6으로 승리했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모두 권 혁-정우람의 필승조를 쓰지 않고 이겼다는 것이다. 6일에는 중반 이후 타선 대폭발로 큰 점수차가 났다. 이전의 김성근 감독은 이런 큰 점수차에도 권 혁이나 정우람을 쓴 적이 있지만, 이날은 한번 참았다. 박정진과 송창식에 이어 그간 잘 활용하지 않던 정대훈 카드를 꺼내 경기를 깔끔하게 끝냈다.

10일에도 선발 윤규진 이후 장민재를 활용한 뒤 박정진-정대훈으로 승리를 지켰다. 7회까지 불과 2점차밖에 나지 않았던 접전이었다. 하지만 '권-정' 필승조를 꺼내지 않았다.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경기의 승리를 지켜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화 불펜에서 나올 카드가 조금 더 다양해지면서 힘이 붙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후반기에 더 큰 추진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승리 공식이 다양해질수록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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