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실험은 여기까지...후반기 뭐가 필요한가

기사입력 2016-07-19 03:01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가 한화에 5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LG 선수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7.12

LG 트윈스는 전반기를 34승1무45패 8위로 마감했다. LG의 후반기, 행보가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상승세를 타며 확 치고나갈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꼴찌 싸움을 한다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이기도 하다. 전력, 팀 지향점 등이 애매하다.

새롭게 시작되는 후반기, 이왕이면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는 게 낫다. 순위는 8위이지만 5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3.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연승 분위기 한 번만 타면 쉽게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후반기 경기가 매우 많이 남아있다. 꾸준히 페이스를 지키는 게 관건이다. 그렇다면 LG가 후반기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감독의 전략, 선수들의 경기력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건 선수들의 '자리 보전'이다. 연봉이 높은 선수, 이름값이 있는 선수 등을 지켜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타자든, 투수든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타순, 보직의 정착화가 급선무다.

양상문 감독은 전반기 많은 실험을 했다. 투-타 모두에서 꾸준하게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고, 선수들의 타순-보직 실험도 했다. 우왕좌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이는 양 감독이 시즌 전 충분히 예고한 실험이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예상 외로 좋다가 전반기 막판 성적이 추락해, 약간의 후폭풍이 있었던 것이지 만약 처음부터 성적이 부진했다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리빌딩 시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 감독이 천명한 리빌딩에 대한 오해를 풀고 넘어가는 게 우선이다. 리빌딩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모든 라인업을 젊은 선수들로 뜯어고치는 게 아니다. 신-구 조화 속에 팀 미래를 짊어질 주축 선수를 키워내는 과정이다. 그 신예 선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팀 사정상 1년에 2~3명 선수밖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2~3명 키워내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NC 다이노스의 예를 보면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이 중심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나성범, 박민우, 이재학 등이 탄생했다. LG도 전반기 채은성, 임정우, 김지용, 유강남 등의 선수들이 완전한 1군용 선수로 발돋움 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재욱, 이천웅 등 잠재력이 풍부한 신예들도 있다. 리빌딩을 한다며 FA 포수 정상호를 32억원 주고 사오고, 그의 활용도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거의 존재 때문에 유강남, 박재욱이 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언제까지 실험적인 야구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프로팀이다. LG는 많은 팬을 거느린 전통의 팀이기도 하다. 무언가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성적이든, 선수들의 달라진 경기력이든 팬들은 그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까지 팬들이 구단과 감독의 정책과 방향에 지지를 보냈다면, 후반기에는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게 아니다. 지더라도 팬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야구가 중요하다. 성적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LG는 전반기 의외로 좋았던 초반 성적에 팀 체질 개선과 성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감독도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양 감독은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노선을 확실히 보이겠다"고 밝혔다. 그게 성적이든, 리빌딩이든 선택은 구단과 감독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안정적인 팀 운용이 필요하다. 주전-백업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타순도 어느정도 고정을 시킬 필요가 있다. 선발진의 확실한 정립과 불펜 투수의 보직 정리도 명확히 해야한다. 키우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꾸준한 기회를 줘야 한다. 당장 클러치 능력이 있는 타자, 승부처 스트라이크를 꽂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베테랑을 중용해야 한다.


야구는 결국 선수가 하는 것이다. 그들이 최대한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심리-육체 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선수 기용, 작전 등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은 늘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베테랑-신예 너 나 할 것 없이 신나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개막 초반 시점을 돌이킬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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