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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잘 나갈수록 조심해야한다는 말은 영광 뒤에 붙는 비꼼과 위험요소 때문이다. 가장 높은 곳에 섰던 이들의 급전직하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잘 나갈 때의 안하무인 사고방식, 연이은 환호에 도취된 독선과 아집. 결국 작은 잘못들을 과감하게 무시하다 큰 잘못에도 브레이크 시스템이 고장난다.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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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각구단은 수년전부터 승부조작을 예의주시해 왔다. 4년전 아픔도 있었고, 타 종목에서 계속 터지는 승부조작이 프로야구라고 해서 안전지대일 리 없다. 교육과 강력한 징계, 이 두가지 방패만으론 역부족인 듯 하다. 이제는 선수들이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
경기력은 늘 제자리걸음인데 몸값만 치솟고, 여기에다 잊을만하면 사건사고를 터뜨리고. 급기야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공정한 승부에까지 흠집을 냈다. 이는 혹독한 겨울을 재촉하는 행위다. 프로야구의 몰락이 오면 가장 후회할 이들은 선수들이다. 팬들은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면 되고, 다른 스포츠를 좋아해도 되고, 심지어 스포츠 취미를 끊어도 생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선수들은 다르다.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인을 요구하는 '귀찮은' 팬들과 야구장의 '성가신' 함성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왜 이같이 바보같은 행위를 계속하는가. 잘못된 유혹은 시작단계부터 끊어야 한다.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브로커의 말은 거짓이다. 발각되면 영원히 낙인이 찍히고, 그렇지 않다해도 수천만원이 인생을 노예처럼 황폐화시킬 것이다. 울며 후회해도 그때는 늦다.
냉정하게 말해 승부조작 사건은 또 터질 수 있다. 어쩌면 프로야구에 풍토병처럼 이미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봐야 한다. 수법은 교묘해지고, 주고받는 돈의 액수도 커졌다.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조금이라도 동정의 시선을 줘선 안된다. 선수들이 제일 중요하다. 동료애는 불법도박, 승부조작같은 단어와는 양립될 수 없다. 지금 이순간 누구보다 참담한 심정을 가져야 하는 이는 KBO, 구단관계자도, 팬들도 아니다. 선수들 본인들이다.
조만간 나올 선수협의 사과 성명서에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공유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