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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화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싸움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는 정상적인 순위다툼, 또 하나는 '김성근식 야구' 투수 혹사논란이다. '쓰는 투수만 쓴다'는 비난은 김성근 감독의 폐부를 찌른다. 한화 권혁이 벌써 95⅓이닝, 한화 송창식이 92⅔이닝을 던졌다. 각각 불펜 최다이닝 1,2위. SK 채병용이 66⅔이닝으로 3위, 한화 마무리 정우람이 64⅓이닝으로 4위다. 31세이브로 구원 1위인 넥센 김세현은 51⅓이닝을 던졌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순위다툼은 치열해지고 금기시 되던 불펜 3연투 문지방을 넘는 일이 잦아졌다. 한화는 그 정도가 가장 심한 팀이다.
김민우의 어깨가 왜 고장났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어느 시점부터 미세한 통증을 느꼈는지는 본인만이 알 뿐이다. 무분별하게 던져서 탈이 났다면 한화 유니폼을 입기 이전 이야기도 해야할 것 같다.
김민우는 마산 용마고 시절 에이스였다. 1m89, 105㎏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140㎞대 중후반 강속구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2013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수술)을 받고 그해는 볼을 던지지 못했다. 2014년 고3때 활약으로 주목받았다. 문제는 원맨쇼에 가까운 김민우의 활약이다. 그해 김민우는 공식 대회만 22경기를 뛰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 경기는 21차례. 9승2패, 평균자책점 1.84의 빼어난 성적. 하지만 98이닝, 많이 던졌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던진 2년간의 이닝 수를 뛰어 넘는다.
팔꿈치 수술 후 불과 1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4일 연속 투구에 272개의 볼을 던졌다. 그해 가을에도 김민우의 호투는 이어졌고, 한화 스카우트 파트로선 부상염려를 심각하게 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민우 외에도 고교 에이스들은 힘겨운 환경에 놓여있다. 진학과 프로팀 지명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짜내야 하고, 고교 지도자에게 '성적=밥줄'이다. 학부모들도 선수생명을 줄일 수도 있는 혹사에 대해 예전보다는 훨씬 엄격해졌지만 여전히 지도자 성토 이유는 성적하락이 첫번째다.
고교 유망주들이 프로나 대학에 진학한 뒤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거나 상당기간 휴식을 취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첫 번째 이유는 이같은 몰아치기 투구다.
LA다저스 류현진은 2년 풀타임 뒤 지난해 어깨수술을 했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김민우와 같은 어깨 와순(어깨뼈와 인대접합 부위) 부상이다. 류현진은 수술을 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로테이션을 지키며 꽤 많이 던졌지만 로테이션 소화를 두고 혹사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국내팬들은 매팅리 감독보다 한화 시절 '소년가장'으로 200이닝 이상 두시즌, 180이닝 이상을 세 시즌이나 뛴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류현진 역시 고3때인 2005년 6월 청룡기에서 6월5일 부산고전 5⅓이닝 83개, 6월 7일 성남고전(9이닝 118개), 6월 8일 야탑고전(5이닝 64개), 6월 9일 대구고전(3이닝 57개)의 살인적인 투구를 했다. 5일간, 3연투를 포함해 322개의 볼을 던졌다.
고교투수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단일대회에서 주목을 받거나 우수투수상, MVP를 수상하려면 연투가 없인 불가능한 구조다.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프로야구 스카우트 시스템이 아직 요원하다.
야구선수, 특히 투수의 팔꿈치와 어깨는 부상위험이 높은 부위다. 정상적이지 않은 몸놀림으로 온몸의 근육과 관전을 쥐어짜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적절한 관리와 아껴쓰기는 필수다.
한화 김민우의 부상을 타고난 몸의 특성을 제외하고 투구 혹사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김성근 감독의 밀어붙이기식 선수단련과 함께 고교시절 무리한 투구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1군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중 상당수는 고교시절 많이 던졌던 투수들이다. 이들 역시 부상위험을 안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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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