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7년차 이범호, 첫 3할-30홈런-100타점과 가을야구

기사입력 2016-08-28 08:50


8월 25일 삼성전 1회 2점 홈런을 때린 KIA 이범호.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1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IA 김주찬이 5회초 2사 1루에서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치고 이범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8.11/

지난해 KIA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두번째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던 이범호(35)에게 주장을 맡겼다. 그런데 지난 겨울 이범호가 타이거즈 잔류를 결정하고 재계약을 하자 다시 주장으로 내세웠다. 개인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어야하는 게 주장의 책무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크고 성가실 수도 있는 역할이다. 이범호는 베테랑 선수 대다수가 빠진 지난 1월 중순 타이거즈 선수단의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다른 30대 베테랑 선수들처럼 국내에서 개인훈련을 하다가 2월 초중수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주장을 의미하는 'C'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뛰고있는 이범호는 "후배들에게 넘기고 싶었는데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의 부탁이 있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는 얘기다.

두번째 FA 계약의 첫번째 시즌인 2016년. '캡틴' 이범호는 기존의 '꽃범호' 말고 별명 하나를 더 얻었다. '모범 FA'다. 2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리(392타수 119안타)-25홈런-84타점. FA 직전 시즌인 지난해보다 성적이 더 좋다. 계약 첫 해에 누적된 피로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성적이 추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모범 FA'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C'가 적혀있는 주장 유니폼이 그에게 다른 종류의 책임감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김 감독이 의도한 바였을 것이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지만, 순위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판에 이범호는 더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범호는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27일 두산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 3개 모두 2~3점차 승부에서 승리의 발판이 된 '한방'이다. 이범호가 홈런을 친 3경기에서 모두 이긴 KIA는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시즌 종료 시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순위경쟁이라고 해도 울림이 큰 '4위' 랭크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KIA 이범호와 박흥식 코치가 동료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8.10/

KIA 이범호.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순위경쟁에 신바람을 불어넣은 이범호다.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간판타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범호는 지난해까지 한 번도 한시즌 30홈런을 치지 못했다. 지난해 이 기록에 근접했으나 2개가 부족한 28홈런에 그쳤다. 지난 시즌 28개가 한시즌 개인 최다홈런이다. 지금같은 타격감이라면 35세, 프로 17년차인 올해 다시 이 기록에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록이 선수의 가치를 모두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기록이 있다. 최고 수준의 타자를 의미하는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이다.

지난해 2할7푼을 마크한 이범호는 이번 시즌 3할대를 유지하면서, 25홈런-8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84타점은 2014년 82개를 넘어 자신의 한시즌 최다 기록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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