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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욕심을 냈다. "최대한 빨리 한일 통산 600홈런을 치고 싶다"고 했다. 의외다. '국민 타자'가 대놓고 '야심'을 드러냈다.
"팀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는 의미였다. 자신에게 쏠린 관심과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다. 삼성은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이날 현재 5위 KIA 타이거즈에 5.5경기 차 뒤져있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쉽지 않다'는데 동의할 뿐, 결코 허투루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긴 연승을 타면 기적의 역전극이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승엽은 모든 포커스가 자신에게 맞춰진 작금의 상황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가 아닌 600홈런 달성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들과 팀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자신이 '조연'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렇게 행동한지도 꽤 됐다. 하지만 600홈런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을 끝으로 침묵이 계속되면서 동료들과 팀이 부담을 가질까 염려스럽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찌감치 한일 통산 600홈런 의미를 축소시켰다. "이건 온전히 나 혼자만의 기록이다. KBO리그 공식 기록이 아니다. 별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남다른 이승엽의 인성만 재차 확인하게 된다. 왜 그가 '최대한 빨리 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한 것인지. 본심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성 관계자는 "그런데 그 홈런도 팀이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치고 싶지 않아 한다. 요즘도 꼭 장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오직 컨택트 위주의 스윙만 한다"며 "이승엽의 역사적인 홈런을 돌아보면 대부분이 경기 초반 나왔다. 그는 홈런 개수보다 자신의 홈런으로 인한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