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클로저의 승수 쌓기 경쟁

기사입력 2016-09-22 09:50


롯데 손승락. 스포츠조선 DB.

시즌 막판까지 블론세이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팀 클로저의 승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22일 대구 구장. 양 팀 마무리 투수가 모두 무너졌다. 손승락(롯데)은 9-5이던 8회 1사 만루에 등판해 박해민에게 싹쓸이 우월 3루타르 허용했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박한이에게 좌월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삼성 심창민도 9-9이던 9회 출격해 안타 2개, 볼넷 1개로 1실점했다. 2사 1,2루에서 김문호에게 우월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면서 이 경기 승리 투수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손승락이 차지했다. 블론세이브 뒤 승리를 따내는 다소 씁쓸한 결과다.

손승락은 이날 현재 7승이나 챙겼다. 44경기에 등판해 17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18이다. 그는 넥센 시절을 포함해 지난 2005년 1군에 뛰어든 이래 가장 많은 승수를 올 시즌 올리고 있다. 전반기까지 좋은 활약을 하다가 후반기 들어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 손승락뿐 아니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도 7승을 거두고 있다. 그는 57경기에 등판, 7승5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이 3.40이다. 4년 전 SK 뒷문을 책임질 때만해도 2승4패30세이브를 기록했으나 지금은 세이브가 줄고 승리만 늘었다.

마무리들의 승리는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다가 다음 이닝 야수들이 득점을 뽑아줬을 때 나온다.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연장 10회 팀이 결승점을 뽑은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블론 세이브를 저지른 뒤 행운의 승리를 따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경기 막판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다. 이날까지 블론세이브 순위는 넥센 김세현 8개, 두산 이현승 7개, 정우람 7개, 삼성 심창민 6개, 임창용 6개 순이다.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클로저라는 김세현이 이 부문 1위다.

전문가들은 "투수가 없다"는 말을 한다. 리그 전체적으로 왼손 타자를 책임질 원포인트 좌완 투수를 찾아볼 수 없고, 각 팀 클로저도 144경기 체제를 맞아 체력과 구위 저하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워낙 전력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져 직구 스피드가 150㎞ 가까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도 말한다. A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무엇을 던질지 다 알고 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직구-체인지업, 직구-포크볼을 던지는 마무리들은 투구 습관과 버릇이 모두 간파됐다고 보면 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거나 예리한 제구력으로 맞서야 하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 감독은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건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8회 등판한 투수와 9회 등판한 투수가 느끼는 부담과 중압감은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올해 KBO리그는 이 야구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세이브가 아닌 승수만 높아지고 있으니, 감독과 선수, 팬들의 속만 까맣게 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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