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장소도 가렸다 홈-원정 승률차 1위

기사입력 2016-10-06 08:32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이 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회말 에반스의 파울 타구를 잡으러 중계 카메라 앞까지 달려가 몸을 날렸지만 잡는데 실패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올시즌 거인을 괴롭힌 대표적인 징크스는 무엇일까.

공룡 징크스가 아닐까 싶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1승15패의 수모를 당했다. 롯데의 NC전 징크스를 '공엔증'이라고 부를 정도다. NC 상대 유일한 승리는 지난 4월 17일 창원 경기다. 당시 롯데는 1-3으로 뒤지고 있던 6회초 상대 3루수 박석민의 실책을 이용해 6점을 뽑아내며 8대5로 이겼다. 선발로 나선 이성민이 5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이후 NC전 14연패를 당했다. 지역 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해진 시즌이었다.

롯데의 또 한가지 징크스는 원정경기다. 잔여 일정을 홈경기만 남겨놓고 있는 롯데는 올시즌 원정에서 26승46패를 기록했다. 원정 승률이 3할6푼1리밖에 안된다. 5일 현재 홈성적은 38승31패로 5할5푼1의 승률을 기록중이다. 홈과 원정의 승률 차이가 무려 1할9푼에 이른다. 홈승률만 따진 순위에서 롯데는 5위지만, 원정 승률은 9위다. 만일 롯데가 올시즌 NC에 선전을 펼쳤거나, 원정에서 4할대 초반의 승률만 올렸어도 안전하게 5강에 성공했을 것이다.

보통 거의 모든 팀들이 홈보다 원정 승률이 좋지 않다. 10개팀 가운데 홈보다 원정 승률이 높은 팀은 NC가 유일하다. NC는 올시즌 홈에서 5할6푼1리(37승29패2무), 원정에서 6할2푼(44승27패1무)의 승률을 기록했다. 다른 9개팀들은 홈과 원정 승률이 같거나, 홈이 월등히 높다. 그러나 롯데는 그 차이가 10개팀 가운데 가장 크다.

롯데는 왜 이렇게 원정에서 약했을까. 10개팀 모두 똑같이 원정 72경기를 치른다. 롯데가 한 시즌 이동거리가 크다는 점에서 피로도가 원인으로 지목될 수는 있지만,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롯데와 이동거리가 비슷한 NC의 원정 승률을 굳이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롯데는 지난해 홈에서 5할1푼4리, 원정에서 4할8리의 승률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원정 부진 현상이 더 심해졌다.

원정에서 롯데를 가장 많이 괴롭힌 팀은 역시 NC다. 창원 NC전 성적은 1승7패다. 광주와 고척돔에서도 각각 2승6패로 힘을 쓰지 못했다. 문학구장과 대전에서는 각각 3승5패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만난 잠실에서는 6승10패에 머물렀다. 그나마 삼성의 새 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3승2패로 잘 싸웠고, 수원에서도 4승4패로 선전했다.

올시즌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홈에서 6할1푼1리, 원정에서 4할8푼5리의 승률을 올렸다. 넥센이 올해 돔구장을 사용하면서 체력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어 3위에 오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원정에서는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홈에서 잘 싸웠을 뿐, 원정에서는 선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롯데는 넥센보다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홈구장의 강세를 원정까지 이어가지 못한 대표적인 팀이 롯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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