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경기 못뛰더라도...가을야구 베테랑 중요성

기사입력 2016-10-17 09:34


2016 프로야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4회말 2사 2루에서 유강남이 중월 투런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0.16/

"왜 초구를 놓쳤냐고 하시더라고요. 다음 타석 준비에 도움이 됐습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의 영웅은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은 4회말 선제포이자 결승포가 된 투런홈런을 때려내며 LG 공격의 막힌 혈을 뚫어줬다.

항상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조력자가 있는 법. 이날 경기 유강남의 도우미는 2000안타 기록의 주인공이자 대선배인 정성훈이었다. 정성훈은 이날 경기 후배 양석환에게 1루수 자리를 내주고 덕아웃에서 열심히 후배들을 응원했다. 정성훈은 2회 유강남이 2사 1, 2루 찬스 첫 타석에서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자 "왜 초구를 놓쳤느냐"고 했다. 신재영의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려들어오는 실투였는데, 첫 타석 긴장한 유강남이 그 실투를 놓치고 만 것이다. 큰 경기에서 투수의 공을 보며 신중한 승부를 펼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초구 상관없이 칠 공은 쳐야 한다는 게 2000안타 타자의 조언이었다. 이 한마디에 유강남은 정신을 차렸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신재영의 초구를 잡아당겨 그림같은 홈런을 만들어냈다.

만약, 정성훈의 조언이 없었다면 유강남이 홈런을 때려낼 수 있었을까. 물론, 그랬을 확률이 없지 않지만 정성훈의 원포인트 레슨이 효과를 본 건 확실해 보인다. 기술적 조언이 아니었다. 심리 싸움에서 상대를 이기고 들어가라는 뜻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있었던 조언이었다.

이렇듯 정신적 압박이 심한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선은 베테랑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잘 뛰는 것이지만, 정성훈의 사례처럼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덕아웃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LG의 경우라면 베테랑 존재가 더욱 필요하다. 올해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이번 포스트시즌 무대에 중용되고 있다. 유강남의 경우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다. 아마 첫 타석 삼진을 먹고 들어온 유강남을 다른 선수들이 원망의 눈빛으로만 쳐다봤다면 그는 다음 타석 더욱 주눅이 들어 들어갔을 것이다.

LG는 정성훈 뿐 아니라 박용택이 야수진의 정신적 지주로 버티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주장 류제국을 비롯해 봉중근, 이동현, 우규민 등 경험 많은 선배들이 어린 선수들을 돕고 있다. 역시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불펜 투수 김지용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우)규민이 형이 우리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경험해보면 별 것 아니니,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며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LG의 상대팀 넥센도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등 많은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낸 시즌이었지만 훌륭한 경기들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이택근이 있다. 이택근이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을 보여주니, 후배들은 더 열심히 뛰지 않을 수가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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