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흐름을 바꾼 윤석민의 파울 타구 실책

기사입력 2016-10-17 22:07


벼랑 끝에 몰린 넥센, 최종전까지 갈 수 없다는 LG. 경기전 양팀 사령탑들은 마운드 총력전을 선언했다. 치열한 불펜진 및 1점 내기 싸움에서 LG 트윈스가 이겼다.

LG는 선발 류제국이 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동현부터 시작된 불펜진 운영을 완벽하게 전개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넥센은 5회말 수비때 1루수 윤석민이 LG 채은성의 파울 타구를 잡지 못한 것이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 넥센은 또 믿었던 마무리 김세현이 8회말 오지환에게 빗맞은 적시타를 얻어맞고 결승점을 내줘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6 KBO 준PO 4차전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2, 3루 넥센 서건창이 2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17/
유인구와 실투, 그 엄청난 차이

아무리 초반이라 해도 2점차와 4점차는 체감상의 느낌이 숫자 이상으로 다르다. LG 선발 류제국은 2회초 2점을 준 뒤 계속된 2사 2,3루에서 서건창에게 우전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4-0으로 벌어졌다. 서건창과의 볼배합 싸움에서 진게 아니었다. 유인구를 던진다는 것이 실투가 됐다. 초구 130㎞ 체인지업에 서건창이 방망이를 헛돌렸고, 2구째 139㎞ 몸쪽 직구는 파울이 됐다. 0-2의 유리한 볼카운트. 포수 유강남은 3구째 바깥쪽 공을 주문했다. 커브 또는 체인지업 정도의 유인구가 필요한 볼카운트. 유강남이 살짝 빠져 앉아 미트를 밑으로 내렸다. 하지만 류제국의 132㎞짜리 체인지업은 한복판으로 몰렸다. 최고의 컨택트 히터 서건창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우익수쪽으로 강한 안타를 날렸다. 바깥쪽으로 떨어뜨리려 했던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초반 흐름은 넥센이 잡았다.

흐름을 바꾼 기록되지 않는 실책

LG로 분위기가 바뀐 것은 5회말이었다. 4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던 넥센 선발 맥그레거가 선두 박용택과 히메네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좌완 오주원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오주원마저 오지환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넥센 벤치는 다시 필승조의 일원인 김상수를 투입했다. 첫 타자 채은성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르며 적극성을 보였다. 볼카운트 1B2S까지 김상수가 던진 공은 5개. 이 가운데 파울이 4개였다. 헌데 5구째 1루 파울지역으로 높이 솟구친 타구를 넥센 1루수 윤석민이 잡지 못했다. 타구를 착실히 쫓아간 윤석민은 낙하지점을 제대로 판단한 듯했지만, 공은 미트를 맞고 밑으로 떨어졌다. 실책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전광판 'E(에러)'란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기록상 실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잡힐 줄 알았던 타구를 놓쳤으니 투수가 느낄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김상수는 6구째를 몸쪽으로 붙이려 했으나, 채은성의 유니폼 상의에 스쳐 사구가 됐다. 3루주자 박용택이 홈을 밟아 스코어는 4-3, 한 점차로 좁혀졌다. 이어 양석환이 유격수 깊은 땅볼로 히메네스를 불러들여 4-4 동점. 윤석민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된 셈이다. 만일 윤석민이 제대로 처리했다면, 상황은 1사 만루가 됐을 것이고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일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6 KBO 준PO 4차전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만루 LG 채은성의 파울타구를 넥센 윤석민이 놓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17/
불펜 운용, '벌떼' 맞대결의 승자는

넥센은 전날 선발 신재영과 5차전 선발 예정인 밴헤켄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을 불펜 대기시키기로 했고, LG 역시 전날 선발 허프를 빼고는 모두 가동 자원이었다. 5회말 LG가 4-4 동점을 만들면서 넥센 선발 맥그레거를 끌어내려 경기는 불펜 싸움으로 판가름나게 됐다. LG는 선발 류제국이 2이닝 4안타 4실점으로 일찍감치 강판해 3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양팀의 투수 교체는 상황마다 정교하게 이뤄졌다. 넥센은 5회말 무사 만루서 세 번째 투수 김상수가 채은성을 밀어내기 사구로 내보낸 뒤 양석환의 땅볼로 다시 한 점을 줘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까지는 넥센에게 아쉬움이 남는 장면. 그러나 김상수가 5회 추가 실점을 막았고, 6회 1사 1,2루서 등판한 이보근이 7회까지 1⅔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동점 상황을 이어갔다. LG는 이동현, 윤지웅, 김지용, 진해수, 정찬헌까지 3~8회, 6이닝을 무실점을 틀어막았다. 8회 승부가 갈렸다. 넥센은 8회말 마무리 김세현을 조기 투입했다. 2사 1,2루서 오지환이 김세현의 147㎞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쳤다. 빗맞은 타구는 우익수 왼쪽에 떨어졌다. 홈을 밟은 이천웅이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LG는 9회 1사후 마무리 임정우를 올려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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