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팬들의 환호성으로 뒤덮힌 잠실 구장. 패장 염경엽 감독은 터벅터벅 원정 감독실로 걸어왔다.
염경엽 감독은 감독실에 들어가 잠시 목을 축였다. 5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넥센 홍보팀 직원이 감독을 데리러 왔다. 패장 인터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실에 들어가 "모든 것이 감독 책임"이라고 운을 뗀 염경엽 감독은 "4년 동안 넥센 감독으로 행복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싶다"고 말했다. 드문드문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치는듯 보였다.
이상한 기류는 경기 전부터였다. 염경엽 감독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혹시 무슨 결심이라도 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그런데 염경엽 감독이 이 모든 예측을 뒤엎었다.
염경엽 감독의 자진 사퇴는 구단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염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다. 1년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심한듯 자신의 휴대폰에 써 온 사퇴의 변을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4년간 강박관념에 휩싸여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준비하며 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넥센에서의 4년은 내 인생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 어떤 노이즈도 원치 않는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